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고율 관세 여파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춰 잡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UBS는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2024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4%로 낮췄다. 다만 내년 전망치는 3.0%로 유지됐다. UBS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145% 관세가 유지되고, 이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 같은 수치를 제시했다.
UBS는 이번 관세 충격이 중국 수출에 전례 없는 타격을 가하고 있다며, 향후 몇 분기 동안 대미 수출이 3분의 2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전체 수출도 달러 기준으로 1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충격 완화를 위해 최대 2%포인트 수준의 부양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고, 인민은행도 이르면 이달부터 기준금리를 3040bp(0.30.4%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UBS의 하향 조정은 블룸버그가 집계한 글로벌 IB들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4.2%에서 4.0%로, 씨티는 4.7%에서 4.2%로 각각 낮췄다. 골드만은 “정부가 관세 충격에 대응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완전히 상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고, 씨티는 “미중 간 반복되는 보복관세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합의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4월 3일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1년 전 ‘부정적’ 전망을 내린 이후 실제 등급을 내린 것이다. 피치는 “정부 재정이 계속 약화되는 가운데 경제구조 전환 과정에서 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관세는 등급 조정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5.0%에서 올해 4.4%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아세안+3 거시경제연구소는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 아시아 전체 성장률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아시아 경제가 올해 3.8%, 내년 3.4%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이는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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