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앞세워 제조업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미국 복귀)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당수 미국 기업은 미국보다는 저관세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CNBC는 14일(현지 시간) 공급망 관련 미국 기업 38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가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보다는 관세가 낮은 국가로 옮기는 것이 비용 면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리쇼어링을 꺼리는 이유로는 ‘비용 부담(74%)’과 ‘숙련 노동력 부족(21%)’이 꼽혔다.
실제로 미국에 생산 설비를 옮길 경우 비용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이 절반(47%) 가까이 됐고 두 배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도 18%에 달했다.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더라도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기보다는 자동화에 의존하겠다는 응답이 81%에 달해 리쇼어링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한 불신도 드러났다. 응답자 중 61%는 “정부가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고 밝혔고 89%는 관세 여파로 주문 취소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소비지출 감소를 우려한 기업도 75%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기업이 61%로 집계된 가운데 소비지출 감소로 인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으로는 임의소비재(44%), 가구(19%), 사치품(19%)이 꼽혔다.
응답자의 63%는 관세정책으로 인해 올해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내다봤으며 절반 이상이 2분기를 그 시점으로 예상했다.
스티브 라마 미국의류·신발협회 대표는 “수백만 개 일자리와 소비자 선택권을 제공해온 공급망이 파괴적인 관세정책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관세가 지속되는 한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 제품 부족, 기업 파산 등은 미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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