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가운데 서울시 하수관 절반 이상이 노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종로, 용산, 성북, 영등포구 등 지역에서 50년 이상 된 하수관로 비중이 40∼50%대에 달했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경과년수별 하수관로 현황'에 따르면 서울 하수관로 1만866㎞ 중 55.5%에 해당하는 6028㎞가 설치된 지 30년 넘은 노후 하수관로로 조사됐다. 50년 이상된 하수관로도 3300㎞로 30.4%를 기록했다.
5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종로구(53.5%)였다. 이어 용산구(48.5%), 성북구(47.7%), 영등포구(45.7%), 마포구(45.4%) 순이었다.
노후 하수관은 땅 꺼짐(싱크홀) 주범으로 꼽힌다. 하수관의 구멍과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 나온 물이 땅속의 흙을 쓸어가면서 빈 공간이 생겨 땅이 내려앉는 원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싱크홀 사고 867건 중 절반에 가까운 394건(45.5%)이 하수관 손상 때문이었다.
그 외 원인은 다짐(되메우기) 불량(18.0%), 굴착공사 부실(9.8%), 기타매설물 손상(7.0%), 상수관 손상(4.8%) 등이었다.
시는 매년 약 2000억원을 들여 노후 하수관로 100㎞가량을 정비하지만, 노후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원래 투입하는 하수도 특별회계 예산 외에 재난관리기금 등을 활용해 교체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 신속한 정비를 위해선 시 차원의 예산 확보 노력에 더해 국비 보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 관계자는 "연평균 150㎞ 정도를 정비해야 노후도에 대응할 수 있어 추가 재원 마련에 힘쓰고 있다"며 "정부에도 예산 지원을 요청했고 현재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진 의원은 "매일 시민들이 출퇴근하는 도로의 안전을 운에만 맡길 수는 없다"며 "안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하수관로를 정비하면서 재발 방치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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