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유럽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가 독일에서 유탄을 맞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RD방송에 따르면 함부르크·브레멘·자를란트 등 독일 5개 주는 최근 연방상원에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경찰에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 3월 범죄 예방·해결을 위해 모든 연방주에 같은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결의안에 팔란티어가 계약업체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AI 안보 분야 선두업체인 팔란티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독일 16개 연방주 가운데 바이에른 등 3개 주는 이미 경찰에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운용하고 있다.
자를란트주 내무부는 “기술적 역량에도 미국 업체에 대한 장기적 의존, 유럽 데이터·보안 표준과 호환성이 염려된다”고 주장했고,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는 선호하는 다른 업체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경우 국가 안보와 관련된 데이터가 업체를 통해 미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부(CIA),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수사기관에도 소프트웨어를 판다. 팔란티어를 창업한 독일 태생의 미국 사업가 피터 틸은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도운 일명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비호감 이미지가 더 커진 일론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 '페이팔 마피아' 쪽에 민감한 정보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팔란티어와 AI 전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날 밝혔다. 반면 유럽 합동경찰 유로폴은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배제하고 있다. 독일 녹색당의 콘스탄틴 폰노츠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행태, 경영진과 의심스러운 관계를 고려하면 팔란티어 프로그램 도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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