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의 관세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값 싼 중국산 모조품을 구매하려는 미국인의 수요가 늘면서 짝퉁 제품으로 유명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DHgate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쇼핑객들 사이에 ‘작은 노란색 앱’으로 불리는 DHgate가 애플의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랭킹에서 단 며칠 만에 200위권 밖에서 2위로 순위가 단숨에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트래픽 추척업체 센서 타워의 데이터에 따르면 DHgate는 챗GPT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DHgate는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전 세계적으로 3만5400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는데, 이는 30일 평균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테크크런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다운로드는 1만7300건으로 98% 급증했다. 13일까지 전 세계 iOS 다운로드 건수는 월 평균 대비 732% 폭증한 11만7500건에 달했다. 미국 설치 건수는 940% 늘어난 6만5100건으로 집계됐다.
DHgate에서 쇼핑객들은 20달러 정도의 가격에 판매되는 고야드 핸드백의 모조품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4000달러가 넘는 정품은 찾기 어렵다. 룰루레몬과 비슷한 요가 바지도 10달러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DHgate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 엄청난 트래픽 증가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국경을 초월한 전자상거래에 깊이 뿌리를 둔 기업으로서, 우리의 초점은 전 세계 소비자들과 중소기업을 위한 디지털 무역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2004년에 설립된 DHgate는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220개 이상의 국가에서 200만명 이상의 등록된 구매자를 연결하는 B2B 도매 플랫폼이다. 전자 제품, 가정용품, 장난감, 야외 장비, 재생 에너지 솔루션, 맞춤형 제품 등 26개 카테고리에 걸쳐 약 3000만개의 제품을 제공한다.
SCMP에 따르면 이 플랫폼의 새로운 인기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현재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145%에 달한다. 이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펜타닐 밀매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부과한 20%의 관세율에 최근 발표한 상호관세가 포함된 수치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인상하며 보복한 상태다.
미중간 관세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에선 중국산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선 중국산 디자이너 브랜드의 모조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영상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 일부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명품 핸드백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재포장을 거쳐 해외에서 판매된다는 영상을 틱톡 등에 게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틱톡과 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에르메스 명품 가방, 나이키 운동화, 룰루레몬 레깅스 등 유명 브랜드 제품들의 제조 원가를 공개하는 영상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영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을 비판하는 여론을 미국 내부에서 자극하려는 의도가 깔려져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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