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정책이 미국 기업들을 정면으로 타격하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관세 조치가 외려 ‘자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16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입점 판매자들의 수익성 악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아마존은 판매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제품 소싱, 가격 전략, 물류, 창고 입고 계획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대응 전략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대부분의 무역 파트너국에 일괄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최근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145%까지 관세율을 높였다.
일부 아마존 판매자들은 일단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지속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마존 전체 판매의 60%를 차지하는 제3자 판매자들은 대부분 중국 등에서 제품을 조달하고 있어 관세 여파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여유 마진이 없는 판매자들이 많다”며 “결국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감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장비 업계의 피해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KLA 등 미국 3대 장비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로 인한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 대형 업체는 각각 연간 최대 3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 업계 전체로는 10억 달러(약 1조 43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중소 규모 장비 업체들 역시 수천만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도 이날 트럼프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1분기 수주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수주액이 39억 4000만 유로인데,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평균 48억 2000만 유로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이 같은 비용 증가의 원인으로는 중국 등 해외시장 수출 차질, 대체 부품 공급망 확보, 관세 규제 준수를 위한 인력 확충 등이 꼽힌다. 업계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공급망에 속한 부품 수가 많은 만큼 관세율 변화에 따라 비용 부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대중 첨단 장비 수출 규제로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까지 현실화할 경우 회복 불능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제외하고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유예했으나 14일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파생 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돌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