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정준영 법원장)이 기업 도산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 자율 구조조정 제도인 ‘pre(프리) ARS’를 5월 1일부터 도입한다. 회생절차 신청 없이도 법원 중재하에 주요 채권자와 협상에 나서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채권자와 협상 불발 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내 워크아웃 제도와 법원의 ARS 제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조정 제도도 시행할 방침이다. ★본지 2월 19일자 1·25면 참조
16일 서울회생법원은 대회의실에서 기업회생 제도 개선 설명회를 열고 제도 시행 배경과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정준영 법원장, 양민호 수석부장판사, 이여진 법인회생총괄부장판사가 참석했다.
프리 ARS는 기업이 회생절차 신청 전에 법원의 민사 조정 절차를 통해 주요 채권자들과 비공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예방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다. 기존 ARS 제도가 회생절차 신청을 전제로 했던 것과 달리 프리 ARS는 낙인 효과와 영업 차질을 피한 상태에서 구조조정 방향을 협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이날 발표를 맡은 황성민 판사는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순간부터 낙인 효과와 근로자 사기 저하, 거래처 이탈 등이 발생해 사실상 정상적 영업 유지가 어려워진다”며 “프리 ARS는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주요 채권자들과 기밀성 있게 구조조정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통로”라고 설명했다.
프리 ARS에서 협상이 불발될 경우에는 곧바로 워크아웃과 회생절차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으로 연계할 수 있는 구조 또한 마련됐다. 기업은 워크아웃과 회생절차를 동시에 신청하고 법원은 일정 기간 회생 개시 결정을 보류함으로써 채권자들과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보장한다. 이 과정에서 포괄적 금지명령과 포괄적 영업 허가 등을 통해 강제집행을 막고 기업의 정상 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원이 지원에 나선다.
해외 사례에서도 이 같은 사전 협상 기반 구조조정은 주요 기업 회생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 법원장은 “2009년 GM의 회생 신청 사건도 신청일 이전 약 3개월간 주요 채권자·당국 등과 비공개 협상을 진행해 극적으로 회생 계획을 완성한 사례”라며 “한국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구조조정이 가능하려면 회생 전 비공개 협상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회생법원은 4월 말 ‘도산법연구회’를 통해 제도적 기반을 심화 논의하고 구조조정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금융위원회 등 관계 당국과도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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