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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4분의 1 토막난 희토류 탐사 예산

희토류 패권 中, 세계시장 69% 점유

우리도 중국산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

자원 탐사 예산 80억 → 20억 삭감

가공기술 미흡, 밸류체인 서둘러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남서쪽으로 약 80㎞ 떨어진 클라크산 일대에는 미국 유일의 희토류 생산지 ‘마운트패스 광산’이 있다. 이 광산은 1952년 첫 채굴 이후 1995년까지 전 세계 전자산업 등을 떠받치는 최대 희토류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중국산의 저가 물량 공세에 점차 밀려났다. 설상가상으로 환경 규제와 비용 상승 압박 속에 독성 폐기물 유출 사고까지 겹쳐 2002년 폐광됐다. 이후 2012년 재가동됐으나 3년 뒤 운영사가 파산했다. 2017년에는 자원개발사 MP머티리얼스가 광산을 인수해 재가동했지만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희토류 패권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 전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지난해 69%대에 달했다. 미국산은 불과 11%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최근 관세 폭격에 나서자 주요 표적으로 몰린 중국은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로 보복에 나섰다. 미국의 경제 급소를 움켜쥔 것이다.

우리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 역시 심각하다. 특히 전략 자원인 디스프로슘의 경우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공급량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디스프로슘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휴대폰, 전기차, 원자로 등 첨단 제품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또 다른 희토류인 스칸듐 및 이트륨은 자동차용 합금 등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재료인데 2023년 우리나라 수입량 중 84%가량이 중국산이었다.

사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그리 희귀한 것은 아니다. 총 17가지 종류의 희토류가 있는데 전 세계에 널리 매장돼 있다. 다만 희토류의 원석 내 함유율(품위)이 극히 낮다는 게 문제다. 일반 광물인 철광석 원석만 해도 대개 50~65% 정도의 품위를 보인다. 반면 희토류 광물 원석의 품위는 보통 5% 미만이다. 그러니 희토류 매장지를 발견해도 경제성이 낮아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많다. 경상도·충청도 등에서도 희토류 함유 암석들이 발견됐지만 경제성이 높지 않았다. 현재까지 한국 내에서 가동되는 희토류 광산은 전무하다.

일본도 한때 희토류 수입 물량의 90%가량을 중국에 의존했다. 그러다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과정에서 중국 측의 희토류 공급 중단 조치에 쇼크를 받았다. 이후 호주 ‘마운트웰드’ 광산과 베트남 희토류 매장지에 수억 달러를 투자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2011년에는 태평양 일대의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1600만 톤 규모의 희토류 퇴적층을 발견해 시범 채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저 채굴 로봇과 정제·추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우리도 국내외에서 희토류 광산 탐사·개발 및 지분 투자를 서둘러야 할 때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가 앞장서서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펴왔다. 호주·캐나다의 기존 광구에 지분을 투자해 물량을 확보했고 베트남 동파오 광산 개발 참여 및 카자흐스탄·아프리카 지역 탐사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 우리 정부의 지원 예산은 쥐꼬리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희토류를 비롯한 주요 광물 자원 탐사에 연간 80억 원가량씩 예산을 배정했는데 이후 기획재정부 등에 의해 대폭 삭감됐다. 해당 사업은 현재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해외 자원 개발 조사 사업’ 명칭으로 진행 중인데 올해 예산은 약 20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 비교해 관련 예산이 4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그마저도 주요 희토류 광물 5종만이 아니라 다른 핵심 광물 28종 사업에도 분배된다고 한다. 이래서야 격화되는 글로벌 자원안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희토류 비즈니스의 핵심은 채굴 후 원석을 분류·정제·가공해 부가가치를 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수 원소만 정제·농축하는 고도의 화학·물리적 공정 기술과 설비를 갖춰야 한다. 우리는 이런 기술과 인프라를 제대로 국산화하지 못했다. 폐자원들을 수거한 뒤 그 속에 함유된 희토류들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시스템도 미흡하다.

‘자원 탐사·개발-채굴-가공-완제품화-재활용’에 이르는 희토류 산업 전후방 밸류체인 구축의 큰 그림 없이 단편적 탐사 사업만 답습하면 공급망 안정과 자립화를 이룰 수 없다. 이번 6·3 대선에 도전하는 주요 후보들은 글로벌 관세 전쟁과 함께 진행되는 자원 전쟁에 대비해 자립적 희토류 밸류체인 구축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또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정부 조직 개편과 기술 개발, 인재 육성 지원 정책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민병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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