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우리가 매일 습관적으로 하는 현상 중 하나다. 충분히 잤다고 생각했는데도 책상에서, 지하철에서, 운전 중에 하품이 계속 나온다면 단순히 수면부족이나 피로와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몸에서 보내는 심각한 이상 신호일 수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수면 의학 아카데미는 최근 ‘졸음의 임상적 중요성’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업무 시간에 쏟아지는 졸음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수면 의학 전문의이자 아카데미 회장인 에릭 올슨 박사는 “졸음은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하는 심각한 건강 문제”라며 “졸음 운전으로 인한 사고와 직장 내에서의 큰 실수를 비롯해 ‘낮 시간대의 과도한 졸음’은 개인과 사회에 매일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미 국립보건원은 하루 7~8시간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당뇨병과 우울증, 심장질환, 고혈압, 비만, 뇌졸중 등을 초래하거나 이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하품이 지속된다면 이는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은 코골이,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와 관련이 있을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또 낮 시간대의 과도한 졸음은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올슨 박사는 “미국 성인의 3분의 1 이상이 과도한 졸음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를 인식하고 의료적 개입에 나서는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하품이 부자연스럽게 계속 나오지만, 피로감은 없다면 편두통 전조 증상일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하품이 지속해서 나올 수 있는데, 이런 신경전달물질 이상은 하루에서 반나절 사이 편두통으로 발현된다. 뇌경색 등 뇌 병변이 있을 때도 뇌 활동 저하 반사작용으로 하품이 증가할 수 있는데, 이땐 보통 언어장애, 반신 운동·감각 마비, 복시, 시야 장애 등의 심각한 증상도 함께 동반된다. 이런 증상들이 하품과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바로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낮 시간 대의 과도한 졸음 여부를 측정하는 엡워스 졸음 척도가 있다. 일상 속 여러 상황에서 얼마나 졸음을 느끼는지를 스스로 점수로 매겨 집계된 총점으로 졸음의 정도를 측정한다. 엡워스 졸음 척도는 △앉아서 책을 읽을 때 △TV를 볼 때 △공공장소에서 가만히 앉아있을 때 △한 시간 동안 승객으로 차를 타고 갈 때 △오후 시간에 잠시 쉬려고 누울 때 △앉아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술 없이 점심 식사를 하고 조용히 앉아있을 때 △운전 중 차가 막혀서 몇 분간 멈춰있을 때 등 8가지 상황에서 ‘전혀 졸리지 않는다’는 0점, ‘졸 우려가 있다’는 1점, ‘졸 우려가 중간 정도 있다’는 2점, ‘졸 우려가 매우 높다’는 3점을 매긴다. 총점이 10점을 넘어가면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