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의 시공사 재신임 투표를 앞두고 김보현 대표이사까지 나서서 조합원 마음 다잡기에 한창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전날 오후 한남2구역 조합원들에 문자 메시지로 ‘대우건설의 진심’이라는 제목의 13분 분량 동영상을 전송했다. 2022년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은 남산 고도제한 완화를 통한 층수 상향, 이른바 ‘118 프로젝트’와 구역 내 관통도로 제거를 조합에 약속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조합은 오는 27일 총회에서 시공사 재신임 안건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대우건설이 조합원들에 보낸 동영상에는 그동안의 118 프로젝트 추진 경과 및 약속 불이행에 따른 보상안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대우건설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과정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으로 불편을 끼쳐드린 점은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시공사 교체로 인해 생길 크나큰 손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시공사 교체 시 2698억 원 이상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 대우건설의 주장이다. 사업 기간 연장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 2015억 원, 인허가에 필요한 용역비 180억 원, 구역 내 국공유지 매입을 위한 브릿지론 지연배상금 503억 원 등이다.
영상 말미에는 김 대표까지 등장했다. 김 대표는 “이주비 LTV 150%, 최소 이주비 10억 원 등 최고의 이주비 조건을 통한 신속한 이주를 시작으로 지연없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믿고 맡겨주신다면 최고의 결과로 조합원님께 보답드릴 것을 대표이사 김보현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이 이처럼 절박하게 나서는 것은 시공사 유지 투표가 다가오면서 조합 내홍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대우건설 시공사 지위 해지에 적극적인 홍경태 한남2구역 조합장은 최근 조합원들에 “대우 계약 해지시 탑티어 시공사가 참여할 것을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역 내 건물들에는 ‘최고 수준 건설사를 유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도 걸리고 있다.
반면 시공사 지위 유지 측 조합원들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시공사를 바꾸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데 조합장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공유지 매입 브릿지론의 대주단이 최근 공문을 보내 “시공사 교체 시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서도 이들은 부담을 표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분위기가 뜨거워지면서 대우건설의 입장과 객관적 사실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동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2023년 열린 첫 재신임 투표에서는 찬성 4 대 반대 3 정도의 비율로 대우건설이 재신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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