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에 나서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글로벌 상품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서 비롯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해질 경우 세계 상품 무역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WTO는 올해 세계 상품 무역이 0.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작년 10월 제시한 전망치 3.0% 대비 크게 하향 조정한 것이다. WTO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일시 중단한 상호관세를 전면 재도입할 경우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은 0.6%포인트 추가 하락하고 그에 따른 파급 효과로 추가로 0.8%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며 “이러한 영향을 합치면 총 1.5%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이후 최대 폭의 교역 감소라는 게 WTO의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철강, 자동차 등에 25%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 상대국들을 상대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국가별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를 결정했다. 다만 중국과 보복성 관세 공방이 이어지며 일부 품목의 경우 관세율이 100%를 넘는 상황까지 치달은 상태다.
WTO는 “최근 무역 정책 변화는 전례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전망치는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2.5%의 완만한 회복을 예상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T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이 가장 큰 우려라고 밝혔다. 그는 “미·중 간 디커플링은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분열을 초래해 양극화된 두 블록으로 세계가 쪼개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7% 축소될 수 있고 이는 상당히 중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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