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단지 선정 준비에 착수하면서 각 단지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분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모를 통해 정비 단지를 선정할 것으로 유력시 되는 가운데 공공 기여 수준을 두고 벌써 단지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다만 정권 교체에 따라 ‘선도지구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로드맵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올해 1기 신도시 정비물량은 총 2만 6200가구다. 분당이 1만 2000가구로 가장 많고 △일산(5000가구) △중동(4000가구) △평촌(3000가구) △산본(2200가구)등의 순이다. 현재 부천·안양·군포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비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성남·안양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달 중 최종 고시할 예정이다. 국토부와 각 지자체는 이달부터 주민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한 뒤 오는 6월 중 올해 정비 사업지구 물량과 선정 방식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주 계획 등을 고려해 오는 2035년까지 연차별 1기 신도시 정비물량을 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매년 재건축 추진 단지를 선정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재건축 사업을 가장 먼저 추진할 선도지구를 선발한 바 있다. △분당 1만 948가구 △일산 8912가구 △평촌 5460가구 △중동 5957가구 △산본 4620가구 등 총 3만 6000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돼 절차를 밟고 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관심은 정비지구 선정 방식에 쏠리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부터 각 지자체가 여건에 맞춰 선정 방식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비 업계에서는 분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모, 일산·평촌·중동·산본은 주민 입안·제안 형태를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공모 방식은 △참여 가구 수 △주차대수 △추가 공공 기여 등 정량적 평가를 통해 정비지구를 선정하는 경쟁 방식이다. 반면 주민 입안·제안은 정량화된 점수로 경쟁을 부추기는 대신 지자체가 각 단지의 노후도와 사업성 등을 평가해 선정하게 된다.
성남시는 지난해 선도지구 선정 당시 기본 공공 기여(10%)에 부지 면적의 5%를 추가로 공공 기여 한 단지에 점수를 더 얹어줬다. 이에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들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모두 추가 공공 기여를 결정한 바 있다. 분당 A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공모가 아닌 주민 입안·제안으로 정비지구를 선발할 시 지난해 추가 공공 기여를 결정한 선도 지구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어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비지구 선정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1차 선도지구 탈락 단지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분당에서는 수내동 ‘파크타운’, 서현동 ‘시범단지 한양·삼성한신’ 등이 정비업체 및 신탁사 등과 접촉하며 공모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인근 ‘삼성한신’과의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시범한양은 오는 19일 통합 정비를 완료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정비업체를 초빙해 주민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산에서는 강촌1·2단지 및 백마1·2단지, 문촌1·2단지 및 후곡7·8단지 등이 주민 의견을 모으고 있다.
재건축 이슈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1기 신도시 내 집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분당 파크타운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월 14억 1000만 원에 거래됐다가 선도지구에서 탈락한 뒤 13억 원까지 실거래가가 낮아졌다. 그러나 올해 초에는 13억 4000만~6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다만 선도지구 선정 단지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기에 맞춰 2027년 착공을 목표로 진행했던 재건축 일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집권여당이 바뀌더라도 전면적인 취소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공공 기여와 임대 등의 키워드가 더해질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앞서 분당 선도지구 단지들은 향후 일반 분양가를 3.3㎡당 6000만 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공사비는 3.3㎡당 900만 원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신탁사의 한 관계자는 “1기 신도시의 경우 통합 재건축이 대다수이고 면적이 넓어 변수가 많다”며 “착공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수준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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