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권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지만, 국민은 그 판단 결과를 끝내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는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까지 47일이 남은 상황에서, 헌재가 본안 결론을 내리기 전에 새 대통령이 재판관을 다시 지명하게 되면 사건은 판단 없이 각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를 지명한 행위를 두고, 그 권한이 헌법상 인정되는지를 다투는 헌법소원 심판 심리를 진행 중이다. 청구인은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지명권이 없다”고 주장하며 위헌 확인을 구했고, 헌재는 지난 16일 지명행위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본안 심리에 돌입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본안 판단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헌재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으로 7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헌법상 심리는 가능하지만, 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건일수록 헌재는 8인 이상이 참여하는 결정을 선호해 왔다. 정족수만 간신히 채운 7인 체제에서 민감한 헌법 해석에 나서는 데에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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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결론을 미루는 사이, 조기 대선은 다가온다. 새 대통령이 취임 직후 헌법재판관을 새로 지명하면, 한덕수 총리의 지명은 자동 폐기되는 셈이 되고, 헌재는 “더 이상 다툴 대상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각하할 가능성이 크다. 헌재가 사건을 받아들였지만, 국민은 그 결론을 확인하지 못한 채 헌법적 의문은 공백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헌재는 지금 심리 정족수를 간신히 채운 7인 체제로,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과 맞물려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법리적으로는 판단의 필요성이 있으나, 구성과 시기, 정국이라는 현실적 제약은 헌재의 결정 시점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헌법연구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헌재가 이미 가처분 결정을 통해 일정 부분 판단의 방향을 드러낸 상황에서,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이 종결될 경우 그 결과에 대한 의문이나 법리적 일관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뒤따를 수 있다”며 신속한 본안 판단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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