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우선’을 외치는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재표결을 시도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한 이 개정안은 이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을 뺀 반도체특별법은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 투자를 저해할 뿐 아니라 소송 남발로 경영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노동계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가로막으려는 꼼수로 읽힌다.
기업의 ‘모래주머니’ 규제들을 제거하기는커녕 외려 더 부담을 주는 민주당의 행태는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이 전날 제시한 ‘3·4·5 성장 전략’과 모순된다. 이 싱크탱크는 2030년까지 3% 잠재성장률, 4대 수출 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을 뜻하는 ‘3·4·5 전략’을 제시했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려면 규제 혁파로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정책평가연구원이 17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10년 전과 비교해 규제 부담이 확 늘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로 인한 불편을 지표화한 규제부담지수는 2015년 88.3에서 2025년 102.9로 급상승했다. 기업의 초격차 기술 개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기 위해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은 규제 부담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등 더 센 규제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 재발의를 시도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이 외치는 ‘3·4·5 성장 전략’이 빈말이 아니라면 반기업적 법안 추진을 멈추고 전향적 자세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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