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USTR)이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이 미국에 입항할 때 수수료를 매기는 정책을 결국 시행하기로 했다.
USTR은 17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수료는 180일 유예 기간을 두고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되며 수수료도 매년 인상된다. 선박의 순톤수(net ton) 당 요금이 부과된다. 컨테이너선과 자동차를 운반하는 선박에는 별도의 요금이 부과된다. USTR은 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미국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 3년 뒤부터 LNG 수출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했다.
미국의 중국 선사, 선박에 대한 수수료 부과 정책은 한국 조선사, 해운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돼 왔다. 유럽 해운사를 중심으로 중국산 선박을 많이 운영 중이어서 결국 한국산 선박을 찾을 것이란 관측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미국이 아닌 멕시코, 캐나다 항만으로 선박을 우회시키고, 화물비용이 결국 미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불만이 많이 제기됐다. 이에 시행은 하되 180일간의 유예 기간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 해양 지배력 회복' 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당시 행정명령 문서에 최종 수수료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7일까지 USTR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제안을 확정하라고 지시했고 결국 이날 최종안이 나왔다.
이번 정책은 우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보고서를 보면 수수료 부과 시 주로 유럽 해운업체가 중국산 선박을 많이 운영하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해운사 MSC, 덴마크의 머스크는 USTR 수수료 초안을 기준으로 각각 20억달러, 12억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될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돈으로 각각 2조 9000억원, 1조 74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면 우리 해운사의 중국 선박 운영 비중은 낮은 편이다. HMM이 보유한 전체 선박은 82척, 이 중 중국산은 4척이고 SM상선은 총 14척 중 2척에 불과하다. 글로벌 수출기업들이 우리 해운사를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또 글로벌 해운사도 수수료가 부담될 경우 결국 한국 조선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수수료는 글로벌 해상운송 경로를 뒤흔들고 미중간에 무역전쟁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