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00%를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중단했다. 희토류 수출통제에 나서며 미국에 대반격을 시도한 중국이 에너지 패권 강화를 노리는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 증대 구상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이 10주 이상 중단됐다고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2월 6일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에서 출발한 6만 9000톤급 LNG선이 중국 남부 푸젠성에 도착한 후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은 완전히 끊겼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미국산 LNG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2월 10일 이전 중국에 들어가지 못한 한 LNG선은 중국 대신 방글라데시로 입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미국산 LNG에 부과되는 관세율이 치솟으면서 중국 수입업자들은 미국산 LNG를 사들일 경제적 유인이 없어진 상태다.
이를 두고 미중 무역전쟁이 전방위적으로 확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은 첨단 기계 제품에 핵심 요소인 희토류에 대한 수출통제에 나섰다. 특히 LNG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패권 강화 프로젝트의 중심인 만큼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LNG 수입량은 약 8000만 톤에 이른다. 개별 국가 수입량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은 그간 미국산 수입 비중을 줄여왔지만 총 수입 규모가 큰 만큼 미국의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이 완전히 중단됐다”며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에너지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짚었다.
주요국 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미국의 LNG 수입을 중단하는 대신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현재 러시아는 호주·카타르에 이어 세 번째로 중국에 LNG를 많이 공급하는 나라다. 장한후이 러시아 주재 중국 대사는 “러시아 LNG를 사려는 업자가 확실히 많다”면서 “여러 수입업자들이 대사관에 러시아 공급 업체와의 접촉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분명히 러시아 LNG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가스 전문가 앤소피 코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 LNG 수입 업체가 미국산 LNG를 새로 계약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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