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행보가 연일 이어지자 월가 은행들이 미국 증시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나섰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글로벌 경제 불안에 방어적 성격을 갖는 아시아 국가의 필수소비재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19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한 지난 2일 이후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에버코어 ISI 등 IB 10곳 이상이 연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전망치를 내려잡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달 3~17일 S&P500 지수는 6% 이상 급락해 5282.70까지 떨어졌다.
특히 JP모건은 지난 7일 관세의 부분적 완화를 전제하면서도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기존 6500에서 5200으로 낮췄다. 씨티그룹도 18일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6500에서 5800으로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월가 주식 투자 전략가 2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연말 S&P500 지수 평균 전망치가 6539에서 6047로 7.5% 낮아졌다고 17일 밝혔다.
스콧 크로너트 씨티그룹 연구원은 “최근 증시 급락은 미국 대통령의 행동으로 촉발된 최초의 약세장”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여파로 주가가 폭락했던 2020년 2~3월에 그해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의 평균값이 5% 하향 조정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월가 은행들은 그간 시장을 지배했던 인공지능(AI) 등 미국의 기술 성장주 대신 중국 등 아시아 필수소비재 투자를 통해 글로벌 무역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내수 부양에 더 신속하게 나선 까닭에 미국, 유럽 소비재 종목보다 더 나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 태평양 필수소비재 지수는 이달 2일 이후 5%가량 상승해 전체 11개 업종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슈퍼마켓 가맹 기업인 중국의 영휘마트와 일본의 고베 붓산은 각각 19%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중국과 홍콩 주식의 급락을 기회로 삼아 필수소비재와 일부 여행 관련주를 더 샀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테렌스 칸 피델리티 고객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중국 당국의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본토 상장 주식을 홍콩 상장 주식보다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도 6일 경기 방어적 투자를 위해 아시아 필수소비재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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