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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老 혁신가 영면이 환기한 AI시대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1000만 원으로 시작한 혁신.’

이달 14일 92세 혁신가의 영면에 고개를 숙였다. 삼보컴퓨터 설립자, 데이콤 초대 사장, 나래이동통신과 두루넷 설립자 등 수많은 이력이 가리키는 한 방향이 명확했던 인물, 이용태 회장이다. 그는 국내 개인용컴퓨터(PC) 대중화의 길을 열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도입해 각 가정과 기업에 상용화하는 등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에 디딤돌을 놓고 정보화 시대의 문을 연 선구자로 꼽힌다.

지금이야 대한민국 산업화와 정보화의 성취를 쉽게 회고하지만 당시의 모험과 도전은 치열한 선구안과 엄청난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이 회장은 1960년대 미국 유학 시절 반도체 칩 활용과 컴퓨터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귀국 이후 컴퓨터 생산 기지 구축을 끊임없이 제안했다.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결국 직접 자본금 1000만 원을 들여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에 삼보엔지니어링을 설립, 한때 ‘국민PC’로 불린 삼보컴퓨터로 키웠다.



정보통신 인프라를 확대한 당시 정부의 산업 전략도 한몫했다. 외국산 기기에 의존하던 정부 전산망과 통신 인프라를 국산 기술로 대체하려는 흐름 속에서 이 회장 같은 인물이 행정 전산망 구축 등의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며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과 산업이 커지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민관의 협력이었다.

1990년대 주력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의 성취 또한 눈부시다. 두루넷·KT·하나로 등이 잇달아 등장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에 1998년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 1만 4000명, 인터넷 보급률 6.78%를 기록했던 한국의 성적표는 4년 뒤 2002년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 1040만 명, 인터넷 보급률 59.4%로 각각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난’이라 불린 IMF 구제금융을 극복하는 과정에 이뤄낸 성적표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결과물이었다. 2001년 당시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국가로, 적어도 정보화 분야에서는 독보적이었다.

산업화를 따라잡고 정보화를 선도한 대한민국.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는 좌절감이 큰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력은 압도적이고 대만은 양국 사이의 히든챔피언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 뒤를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사활을 걸고 추격 중이지만 한국은 뜻밖의 비상계엄 여파에 허덕이고 있는 중이다.

최근 보수·진보 없이 대선 의제로 AI를 중요하게 부각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만큼 AI를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절박함이 커졌다는 의미다. 과거 대선과 달리 너나없이 AI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산업 지원 너머의 사회 전반 청사진을 밝히는 구상까지 다양하게 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AI는 기술 확보 자체도 중요하지만 산업 경쟁력, 일자리 창출, 국가 안보 등 다양한 이슈와 직결돼 있어 더욱 중요하다. 이제라도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적극적 산업 전략을 펼친다면 우리는 20~30년 전 정보화를 이뤄낸 저력과 성취를 또 한번 축적할 수 있다. 적어도 그런 국가적 과제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제도와 투자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의 끊임없는 참여도 유도해내야 한다. 그런 안목과 결단이 향후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세계에서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나라를 또 한번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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