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강원 춘천의 라비에벨골프앤리조트 올드코스(파71)에서 열린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4라운드. 2타 차 선두 김백준(24)은 9번 홀(파4)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나무 바로 앞에 떨어진 것. 두 번째 샷 때 백스윙에 나무가 걸리는 위치였다. 여러 차례 빈 스윙으로 나무와의 거리를 가늠한 김백준은 작은 스윙으로 빼냈고 보기로 막았다. 15번 홀(파5) 두 번째 샷은 그린 앞의 어려운 위치로 갔다. 볼 위치도 만만찮고 솟아 오른 그린이라 거리 계산도 까다로웠다. 김백준은 그러나 높게 띄운 절묘한 어프로치 샷으로 핀에 붙여 1타 차 선두를 지켜냈다.
김백준이 2년 차 같지 않은 노련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형님’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첫 우승에 골인했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김백준은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끝내 타수를 잃지 않아 11언더파 273타로 우승했다. 같은 챔피언 조의 옥태훈과 이상희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상금은 2억 원.
국가대표 출신 김백준은 지난해 신인상 포인트 2위에 오른 선수다. 칭찬할 만하지만 최종전에서 뒤집혀 송민혁에게 신인상 타이틀을 내줬기에 아픔이 더 컸다. 김백준은 칼을 갈았다. 스페인 겨울 훈련 동안 작정하고 체중을 불리고 샷 거리를 늘렸다. 1년 전과 비교해 몸무게가 3㎏ 증가했고 드라이버 샷 거리는 최대 20m나 늘었다. 빨라진 스윙 스피드를 감당하려면 그만큼 몸도 커져야 했다고. SK텔레콤 오픈 준우승이 ‘이력서’의 첫 줄이었다면 이제는 2025 KPGA 투어 개막전 챔피언이라는 무게감 다른 이력이 김백준을 설명한다.
17번 홀(파3) 보기로 1타 차로 쫓겼지만 김백준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오히려 타수를 벌렸다. 드라이버로 311야드를 보낸 뒤 168야드 거리에서 핀 1.5m에 떨어뜨린 아이언 샷이 기가 막혔다. 코너에 몰릴수록 더 좋은 샷을 날렸다.
2022년 아시안 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우승의 옥태훈, 김백준과 스페인 훈련을 함께했던 통산 4승의 이상희가 9언더파 2위를 했다. 이상희는 7번 홀(파3) 홀인원도 했다. 8언더파 최승빈이 4위, 조우영은 6언더파 공동 6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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