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예멘 내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작전 직전에 가족 등 민간인이 포함된 단체 메시지방에 F/A-18 전투기 비행 일정을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밀 유출 사건을 계기로 미국 국방부의 고위 참모들이 잇달아 사임하는 가운데 또 다른 보안 규정 위반 사례가 나온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단독기사에서 익명의 취재원 4명을 인용해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 3월 15일, 자신이 만든 'Defense | Team Huddle'라는 시그널(Signal) 채팅방을 통해 예멘 공습 작전 관련 민감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채팅방은 헤그세스가 국방장관으로 공식 임명되기 전인 1월에 개설된 것으로 그의 아내 제니퍼 헤그세스, 동생 필 헤그세스, 그리고 오랜 개인 변호사 팀 팔라토레 등이 포함돼 있었다. 모두 군사작전 수행에 관여할 이유가 없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안보 수칙 위반 소지가 제기된다.
이 채팅방은 정부 공용 휴대폰이 아닌 헤그세스 장관의 개인 휴대폰을 통해 운영됐다. 고의적 기밀 유출 의혹이 더욱 짙어지는 대목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해당 채팅방을 작전 내용 외에도 국방부 주요 참모들과의 일정 조율 등에 활용했으며 작전 당일에는 항공기 종류 및 작전 개시 시간이 포함된 내용을 게시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폭로는 지난달 ‘애틀랜틱’이 보도한 또 다른 시그널 채팅방 사건에 이은 두 번째다. 당시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안보 관계자들이 모인 단체방에 예멘 공습 정보를 공유했으며, 이 채팅방에는 실수로 애틀랜틱 편집장 제프리 골드버그도 초대돼 있었다. 해당 건은 국방부 감찰실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헤그세스 장관 측은 “기밀이 공유된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하고 있지만, 정보보안 전문가들과 일부 전직 국방 관계자들은 “작전 시작 전 항공기 정보와 발진 시간은 명백한 기밀”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의회 반응도 거세다. 민주당 소속 태미 더크워스 상원의원은 “그가 자리를 지키는 하루하루가 군인 생명에 위협이 된다”고 직격했다. 공화당의 상원 군사위원장 로저 위커와 민주당 간사 잭 리드도 국방부 감찰실에 공동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헤그세스의 개인 채팅방은 내부에서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측근 참모들은 예멘 후티 공습 작전 개시 직전 “해당 채팅방에서 민감한 정보는 공유하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그는 해당 경고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밀 유출 사건 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장관 수석 고문인 댄 콜드웰, 장관 부비서실장 다린 셀닉, 스티븐 파인버그 부장관의 비서실장인 콜린 캐롤, 공보실 소속 대변인 존 얼리오트 등이 지난주에 해임되거나 권고사직을 당했다.
이들에 대한 조사와 조치를 요청한 조 캐스퍼 장관 비서실장은 며칠 내로 현직에서 물러나 국방부 내 새로운 직책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이 때문에 기밀 유출 사태에 연루되지 않은 캐스퍼 비서실장과 나머지 인물들 사이에 심각한 권력다툼이 벌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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