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에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세기의 라이벌’ 코카콜라를 추격하는 펩시코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펩시콜라, 마운틴듀 등 브랜드를 보유한 펩시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10%의 신규 관세 부담이 생겨났다.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는 특수 시설에서 생산한 농축액(원액)을 물과 탄산, 감미료 등과 혼합해서 만들어지는데 펩시콜라의 경우 핵심 원료인 농축액이 아일랜드에서 제조된다. 펩시코가 50년 전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를 농축액 생산지로 선택한 결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정책을 연달아 꺼내놓으면서 농축액을 미국으로 들어오려면 10%의 관세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코카콜라는 관세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다. 코카콜라도 전 세계에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 유통되는 코카콜라의 농축액은 애틀랜타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생산한다. 카를로스 라보이 HSBC 애널리스트는 “아일랜드는 관세가 부과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세금 혜택을 누려왔다”면서 “아무도 이번 관세를 예상하지 못했고 관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역시 불확실하지만 펩시가 불리한 입장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펩시코의 경우 코카콜라를 따라 잡으려고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셈이다. 펩시콜라는 지난 20년 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잃었고, 결국 지난해 닥터페퍼(8.34%)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이에 반해 코카콜라는 19.2%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펩시코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높아진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WSJ은 “관세 전쟁은 펩시코에게 특히 불리한 시기에 벌어졌다”며 “수 년 간 식품과 에너지 드링크에 집중해 온 펩시코는 이제 미국 탄산음료 판매를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새로운 관세로 그 노력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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