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앞두고 양대 정당의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종 시대”를 외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낡은 정치의 상징인 여의도 국회 시대를 끝내고 국회 세종 시대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며 “여의도 국회 부지는 열린 광장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어 “세종 대통령 제2 집무실 건립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충청을 행정·과학 수도로 만들겠다”며 임기 내에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을 공약했다. 민주당의 김경수·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도 행정수도 완성과 대통령실 세종 이전 등을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세종시에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꺼내 득표 효과를 거둔 ‘행정수도 이전’은 그 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댜.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에 대해 “수도가 서울인 것은 관습으로 정립됐다”면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현실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어렵게 만들었다. 따라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행정수도 또는 행정수도에 버금가는 도시로 완성하려면 시간을 두고 공론화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헌법 개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대통령과 국회는 서울에, 행정 부처의 3분의 2는 세종시에 배치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력 낭비와 현장과 괴리된 정책의 반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충분한 준비 없이 선거용으로 성급하게 남발되는 공약은 정치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해당 지역의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 균형 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효율적 행정 체계 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추진해야 한다. 지역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며 백년대계 차원에서 숙고해야 하는 중대한 국가 과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