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 등 우방국을 최우선 협상 대상으로 삼아 전방위 통상 압박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에 무역 상대국이 미국에 취한 ‘비관세 부정 행위’로 환율 조작, 부가가치세, 원가보다 낮은 덤핑 등 8가지 유형을 거론했다. 자신의 관세 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해 각국과의 협상에서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의 경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미 워싱턴DC에서 미국 재무·통상 장관들과 ‘2+2’ 고위급 통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직접 나와 환율 조작, 자동차 인증 절차 등을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율 관세 부과가 중국의 거센 무역 보복 등 역풍에 직면하자 동맹국을 성과 달성을 위한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금, 관세 등 무역·안보 이슈를 하나의 패키지로 일괄 협상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상호 이익 등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협상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 최 부총리와 안 장관도 “관세 협상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며 대미 협상 완결 의지를 시사했다.
한 대행 체제의 협상팀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에 적극 임하되 최종 결정은 40여 일 뒤에 출범할 새 정부에 맡겨야 할 것이다. 국익이 걸린 중대 사안일수록 국회 동의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이 관세 협상을 서둘다가 ‘굽신 외교’ 논란이 커지고 내부 분열에 빠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또 대미 수출 타격이 현실화하는 만큼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지속되도록 트럼프 행정부 설득에 총력전을 기울여야 한다. 이참에 한 대행은 6·3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노 코멘트” 운운하지 말고 자신의 거취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어정쩡한 태도로 임하면 대선 관리의 공정성이나 대미 협상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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