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청산 단계에 있는 전국 347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청산을 위해 쓴 조합비가 9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산은 조합이 정비사업을 완료해 해산까지 마치고 남아있는 돈을 배분하는 ‘최종 정산’ 단계를 의미한다. 일부 조합이 청산을 차일피일 미루며 유보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전국 17개 시도 미청산 조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청산 단계에 있는 조합은 347곳이다. 이들 조합의 해산 당시 잔여자금은 1조 3800억 원이었고 올해 1월 기준 잔여자금은 48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청산을 진행하며 원래 잔여금의 65%인 9013억 원을 쓴 것이다.
조합은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하면, 즉 입주와 준공을 마치고 나면 1년 이내에 해산 총회를 열고 청산인을 선임해 재산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해산 때 남은 돈을 조합원들에게 1차 환급하고 세금 납부, 소송 대응 등 각종 법률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유보금을 남기고 청산 단계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청산인(조합장)이 정산을 미루며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재개발 조합은 2016년 10월 해산 후 10년째 청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조합은 하자 보수 등과 관련해 5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조합 해산 당시 잔여 재산은 257억 원이었지만 현재는 13억 원밖에 남지 않았다. 대구에는 2008년 해산하고 18년째 청산 단계인 조합도 있다. 그 사이 청산인은 한 달 수백만 원의 급여를 받아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미청산 조합이 156곳으로 가장 많다. 경기도 51곳, 부산 46곳, 대구 24곳, 인천 12곳으로 뒤를 이었다. 전국 327개 미청산 조합 중 60개는 잔여 자금 확인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김 의원은 “소송을 지연시키는 등 고의로 청산을 미루며 부당하게 쓰인 조합원들의 돈을 환수해 다시 돌려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정부가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청산 단계 조합의 정보를 제공하는 ‘조합 정보공개시스템’ 구축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