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215600)이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BAL0891의 적응증을 고형암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AML)으로 확장하고, 관련 특허권까지 전면 확보하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신약 개발 리스크 완화와 시장 확장 가능성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22일 신라젠은 전 거래일보다 22.13% 증가한 29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BAL0891의 임상시험계획 변경을 승인받았다고 공시한데 따라서다. 이번 승인에 따라 기존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던 임상시험에 더해 재발성·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도 대상으로 포함된다.
AML은 대표적인 혈액암의 일종으로 치료가 까다롭고 재발률이 높은 질환이다. 신라젠은 초기 임상을 통해 BAL0891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최근 AML 이식 마우스 모델을 활용한 전임상 시험에서 BAL0891이 종양 성장을 억제하고 생존율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저용량에서도 항암 효과가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이번 임상은 미국 내 주요 암 전문기관인 MD 앤더슨 암센터, 예일 암센터, 몬테피오레 암센터 등에서 진행된다. BAL0891은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인산화 효소 TTK와 PLK1을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기전 항암제로, 기존 항암제와 차별화된 작용기전을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신라젠은 BAL0891에 대한 지적재산권(IP)도 확보하며 기술가치의 독점권을 강화했다. 회사는 전일 공시를 통해 BAL0891의 원개발사인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크로스파이어(Crossfire)로부터 관련 특허 및 권리를 약 35억 원(200만 스위스프랑)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기존 계약에 따르면 BAL0891의 개발 단계 진전에 따라 신라젠은 크로스파이어에 최대 3000억 원에 달하는 마일스톤을 지급해야 했으나, 이번 계약 변경을 통해 해당 의무를 모두 해소했다. 이에 따라 신라젠은 향후 기술수출이나 공동개발 등 사업 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장애물을 사전에 제거하게 됐다.
BAL0891은 크로스파이어가 최초 개발한 물질로, 이후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가 도입해 개발을 진행하던 중 2022년 항암제 부문에서 철수하면서 신라젠이 권리를 인수했다. 특허는 크로스파이어와 바실리아가 각각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번 계약을 통해 크로스파이어 측의 권리는 신라젠으로 완전히 이전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전략적 계약 변경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모든 권리를 확보했으며, 향후 BAL0891의 라이선스 아웃 추진 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며 “기존 고형암뿐 아니라 혈액암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파이프라인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젠은 BAL0891의 급성골수성백혈병 대상 전임상 결과를 조만간 글로벌 학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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