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의대 정원을 합리화하겠다”고 밝히고 공공의대 설립 방안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의대 정원에 대해 “모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에서 다시 출발해 인공지능(AI)과 첨단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시대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합의’를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해법은 내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대해 “적정 규모는 400~500명 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후보의 지적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식 의대 증원 정책이 의료 대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일견 일리가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지난 의료 대란은 모두에게 고통을 남겼다”며 윤석열 정부의 의료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윤석열 정부 탓으로 돌리는 자세는 장기화된 의정 갈등의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이 후보가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 양성’을 공약한 것도 민주당이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했던 구상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6·3 대선 이후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정도로 한가한 문제가 아니다. 전국 40개 의대생 대부분은 등록금 납부와 복학 신청은 마쳤지만 여전히 수업을 거부하고 있어 최악의 유급 사태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렸는데도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20일 도심 집회를 열어 의대 증원 전면 폐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대선 주자가 윤석열 정부 탓만 하면서 의료계를 편드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면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때마침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이날 의대생들과 만나 “의학 교육 정책을 결정할 때 의대생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가 의료 공백으로 고통을 겪어온 환자와 국민들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대선 전에 정부와 주요 정당이 의사들과 함께 만나 의료 정상화 방안을 놓고 대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우선 지난해 9월 제안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가 가동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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