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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민주당의 상법 개정 재추진 유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주주 피해땐 현재 손배訴로도 충분

감사 분리선출도 대주주 재산권 침해

규제 강화로 기업가치 오르지 않아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예비후보들이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내놓은 자본시장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약이 논란이다. 특히 민주당의 상법 개정 재추진은 문제가 많다. 본래 충실 의무는 이사가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재산을 편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현재 정치권과 일부 소액주주들이 주장하는 충실 의무는 상법상 69개 이사회 결의 사항에 대해 모든 주주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생각되는 단 1주의 주주도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법으로 정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 제382조의 3 조문에는 ‘주주’ ‘총주주’ ‘전체 주주’라는 세 가지 용어가 사용됐다. 이 세 용어가 어떻게 다른지, 같은 주주를 두고 왜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이 세 용어가 모두 ‘총주주’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하나 마나 한 입법이 된다. 본래 회사는 주주로 이뤄진 사단이므로 구태여 이런 표현이 없어도 이사는 회사, 즉 총주주를 위해 직무를 집행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회사와 주주를 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치명적 오류를 범한 법안이었다.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주주들은 지금도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2014년 삼성물산 합병 건에서 이사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지난해 9월 당시 삼성물산 이사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우리와 같은 회사법 체계를 가진 일본에서도 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가끔 발생하고 있다. 법률 개정만이 능사는 아니다.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도 선임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를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칠레·멕시코 정도다. 일본은 1950년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1974년 임의규정으로 전환했다. 주주 파벌 간 대립 심화와 이사회 운영의 마비, 전문성 없는 자격 미달 이사 선임, 노조 영향력 확대, 외국 자본의 경영권 위협 등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감사위원은 감사 이전에 이사다. 이사 선임에 대주주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은 대주주의 재산권 침해다.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나라도 한국뿐이다. 그런데 한술 더 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현재 1명 분리 선임도 세계적으로 유사 사례가 없는데 규제를 강화한다고 기업가치가 올라갈 리 만무하다.

상장회사의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는 원칙도 문제다. 자사주는 일괄 소각하기에는 임직원 주식 보상 등 용도가 너무 많다. 더군다나 한국에는 차등의결권제도가 없고 포이즌필도 인정되지 않는다.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은 자사주 취득과 활용이다. 남아 있는 단 하나의 방어 수단마저 빼앗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다수의 주(州)에서 회사법상 자사주는 취득하는 즉시 미발행주식으로 복귀한다. 대신 이들 주에서는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주지 않는다. 즉 우리처럼 현재의 지주 수에 따라 주주에게 안분비례를 할 필요가 없이 신주를 아무에게나 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려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폐지하고 포이즌필을 도입해야 균형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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