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재보궐선거 압승으로 3년 만에 시장직에 복귀한 변광용 거제시장이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에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을 요구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거제시에 따르면 변 시장은 최근 한화오션·삼성중공업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 경제 회복과 조선업 상생을 위한 ‘지역상생발전기금’ 조성을 위해 각각 연간 100억 원씩 5년간 총 1000억 원 출연을 요청했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은 변 시장이 재선거 당시 내건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시와 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3자가 향후 5년간 매년 100억 원씩 출연하는 방식으로 최대 2000억 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조성된 기금은 △중소상공인 지원 △지역 특화 개발 △기업 환경 개선, 지속 성장 강화 △내국인 고용 인센티브 △지역 출신 정규직 채용 △노동자 실질임금 향상 등에 투입한다. 이를 통해 지역과 기업·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대 조선 기업과 사전 교감도 없이 기금 조성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기금 출연 압박’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삼성중공업 노동자로 시의원을 지낸 이인태 씨는 “기업이 낸 돈으로 단체장이 생색을 낸다는 인식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상생은 급조된 계획이 아니라 당사자 간 동의와 합의 속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대 기업은 기금 조성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전 협의 없이 대규모 자금 출연 요청이 이뤄진 데 대해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올해는 특히 조기 대선은 물론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 정치·경제적으로 격변기이기 때문이다.
한 조선 기업 관계자는 “해마다 1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요구로 사전에 교감이 전무했다”며 “조선 경기가 호황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고질적인 인력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 내부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변 시장의 또 다른 핵심 공약인 전 시민 20만 원 지원 정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7월 추경을 거쳐 여름휴가 전 지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조례 제정과 예산편성 모두 시의회 동의가 필수인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7석씩 차지하고 있어 공약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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