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이 코로나19 이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600대 기업의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5.0에 그쳐 2022년 4월(99.1) 이후 38개월 연속 최장기 부진을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제조업(79.2)은 2020년 8월(74.9) 이후 최저치를 보였고, 수출(89.1)도 2020년 9월(88.5) 이후 처음으로 90 미만으로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0%로 낮췄다. 한국은행은 올 1분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내수 부진과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 등이 겹쳐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 입법을 뒷전으로 미룬 채 정쟁과 포퓰리즘 경쟁만 벌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코스피 5000 시대’를 외치면서도 기업 규제를 확대하는 ‘더 센’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기로 한 게 대표적 사례다. 또 이 후보가 올 2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은 이에 질세라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대 정당은 정부가 12조 2000억 원 규모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규제 완화를 서두르는 한편 세제·예산·금융 등의 전방위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민주당은 기업 경영을 옥죄는 상법 개정 밀어붙이기를 멈추고 첨단산업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도 ‘이재명 때리기’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지속적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이 당파를 떠나 규제 혁파, 노동·연금 개혁, 기술 개발과 신성장 동력 육성 등을 위해 협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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