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후 한 주에 두 차례 심리를 진행하기로 하는 등 선고 절차가 매우 빠르다고 법조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법적 판단을 대선 전에 마무리해 선거 과정의 혼선을 줄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이달 24일 이 후보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두 번째 심리를 열 예정이다. 회부 직후 심리가 열린 22일에 이어 같은 주에 속행 심리가 배정된 것은 매우 드문 일정이다.
전원합의체 사건이 두 차례 심리를 거치는 경우는 있지만 보통 수 주 이상의 간격을 둔다. 법조계에서는 같은 주에 심리가 연달아 열리는 일정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법원이 사실상 속도전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회부 절차다. 통상 전원합의체 회부는 소부 재판부에서 주심 대법관이 요청하고 다른 대법관들과의 합의를 거쳐 결정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회부를 지시한 사례로, 형식과 절차 모두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판단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동시에 절차적 정당성까지 갖추려는 대법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대선 전 선고를 내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원합의체는 사전 심리를 거쳐 공개 변론을 열고 재판관 합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절차를 따른다. 다만 공개 변론은 대법원의 재량에 따라 생략할 수 있어 24일 심리 이후 곧바로 선고기일이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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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노태악 대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이 인용되면서 총 12명의 대법관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심리에 참여한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출석한 13명 중 7명 이상이 같은 결론에 찬성해야 확정된다. 의견이 무죄, 파기환송, 기타 소수 의견 등으로 갈려 과반이 안 될 경우 판결은 성립되지 않으며 대법관들은 추가 논의를 거쳐 결론을 모아야 한다.
무죄가 확정되면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상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며, 파기환송될 경우 해당 사건은 고등법원으로 돌아가 다시 심리를 받게 된다.
한편 이 후보 측의 법관 기피 신청으로 약 4개월간 중단됐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도 재개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이날 이 후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공소사실 정리 및 증거 채택 논의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방북 의전비 3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 측에 공소사실을 법률적 평가가 아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명확히 정리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이 후보의 승인 아래’라는 표현에 대해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수정하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 측은 송달 가능 주소를 추가로 제출하라는 요청에 따라 국회 주소를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기일은 5월 27일로 지정됐다. 이날은 이 후보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사용’ 사건의 공판준비기일이 마무리되는 날로, 두 사건 모두 형사11부가 담당하고 있어 대북 송금 사건 역시 같은 날 준비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대법원의 속도전에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격적인 전원합의체 회부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대법원이 국민의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원이 사건을 대선 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파기자판을 통해 유무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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