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으로 실물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관세’와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양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3일(현지 시간) 공개한 4월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에서 “경제활동은 이전 보고서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국제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만연해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지북은 연준을 구성하는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담당 구역의 경제활동을 직접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경기 진단 보고서다. 통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되며 이번 보고서는 다음 달 6~7일로 예정된 5월 FOMC의 정책 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작성됐다.
이번 베이지북의 키워드는 ‘관세’와 ‘불확실성’이다. 이번 베이지북에서 관세에 대한 언급 횟수는 107차례에 이르러 직전 보고서(49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10월 베이지북에서 51회 언급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역 기업인들이 느끼는 관세 불안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베이지북에서 ‘불확실성’과 관련된 표현이 89회나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연준은 이번 보고서에서 여전히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고 봤지만 경제 종사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커졌다고 봤다. 출장이나 휴가를 위한 여행은 모두 둔화되고 있으며 외국인 여행객도 감소했다. 보고서는 “여러 지역에서 기업들이 고용에 대해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경제 상황에 대한 명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채용을 중단하거나 늦추고 있다고 보고했다”며 “또한 기업들이 해고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고도 산발적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소비자 지출은 자동차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연준은 전했다. 자동차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에서 완만하거나 강한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연준은 “일반적으로 관세 관련 가격 인상에 앞서 구매를 서두른 영향을 받았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알레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일부 담당자들은 지속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존 자본 투자 계획을 실행하거나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을 꺼렸다고 보고했다”며 “한 버번 증류소는 무역 규칙이 계속 바뀌면서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고 전했다.
시타델의 설립자면서 월가의 헤지펀드 거물인 켄 그리핀은 오락가락 관세정책으로 트럼프 임기 4년간 성장에 집중하려던 경영자들의 계획이 좌절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미국 브랜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관세로 인해) 사람들이 미국에 제조업을 건설하기 위해 경쟁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오히려 정책의 변동성 때문에 실제로 달성하려는 목표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월가에서는 한동안 자산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렌트 슈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무역 긴장이 고조됐다가 다시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실제 미래가 어떻게 될지 가늠할 때까지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준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4.25~4.50%로 동결할 확률을 94%로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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