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장기화로 부각된 무기 체계를 하나 꼽는다면 ‘자폭 무인기(드론)’이다. 인공지능(AI)이 접목된 자폭 드론까지 등장해 목표물에 대한 공격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자칫 자폭드론에게 잡히면 죽음에 이를 수 있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병사들에게 악몽의 대상이다.
최근엔 자폭 드론이 적 공격 드론을 공격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 등은 22일(현지 시간) 대당 가격이 2000달러(약 285만원)에 불과한 우크라이나 FPV(1인칭 시점) 무인기(드론)가 700만 달러(약 100억원)에 달하는 러시아의 ‘포르포스트-R’ 드론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저가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의 고가 드론을 잡는 새로운 형태의 드론 대응 전략이다.
공개된 영상은 마댜르 버즈’(마댜르의 새들)로 널리 알려진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제414 독립타격드론여단) 지휘관 로버트 브로우디는 지난 20일 텔레그램에 예하부대인 토포타 대대의 요격 드론 한 기가 러시아군의 포르포스트 드론을 공격하는 영상이다.
브로우디는 예하부대 지휘관이 직접 이 요격 드론을 조종했고, 작전은 약 4000m 상공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적 드론이 추락한 것을 레이더로 추적했지만, 위치가 러시아 영토라서 드론 잔해를 찾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났다.
공개된 영상에는 표적이 된 적의 드론 뒤쪽으로 천천히 접근하다 공격하고, 타격에 성공했는지 화면이 끊기는 전형적인 FPV 드론의 공격 특징을 보여주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 속 러시아 드론은 이스라엘 국영 방산기업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무인정찰 드론 ‘서처(Searcher)- Ⅱ’를 무장형으로 개량한 기종이다.
이 중형 드론은 일명 ‘포르포스트-R’이라고 불리는데, 날개폭이 10.5m에 달해 미국의 중고도 정찰·공격용 드론 ‘MQ-1 프레데터’와 유사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재설계됐다. 최대 이륙 중량은 500㎏, 최대 비행시간은 약 18시간, 최대 비행 고도는 약 6000m이른다.
엔진은 정찰 드론(45마력) 두 배인 85마력 짜리를 장착했다. 러시아 자체 생산한 쌍엽 프로펠러가 장착돼 구동된다. 보통 시속 120~150㎞의 속도로 순항 비행하며 최대 속도는 시속 200㎞에 달한다.
특히 ‘KAB-20’이라는 레이저 유도 폭탄 2발을 탑재해 공격 능력이 증강됐다. 이 폭탄은 탄두중량 7㎏, 총 중량 20㎏ 무게로 전차 등 장갑 차량과 벙커 같은 군사적 목표물에 정밀한 공격 수행이 가능한 전략무기로 분류되는 드론이다.
러시아군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날 ‘부활절 휴전’을 선언한 가운데최소 한 발의 유도 폭탄을 장착한 포르포스트 드론으로 작전에 나섰다가 우크라이나 드론에 요격당한 것이다
포브스는 “러시아가 이 이스라엘 드론과 이란의 샤헤드 자폭 드론을 함께 운용하는 것은 여전히 이례적”이라면서 “러시아의 자체 드론 설계 능력에 대한 약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보도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끄자, 러시아는 즉각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군사 분석가 사무엘 벤데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자국 군사 블로거들의 게시물을 인용해 포르포스트 드론의 손상 수준은 심각하지 않고 무사히 착륙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마댜르의 새들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내는 드론 부대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전쟁에 상당한 전과를 올리면서 이 부대는 브로우디를 중심으로 2020년 자원봉사자들이 모인 소대급으로 시작해 현재는 중대와 대대를 거쳐 최근 연대급으로 개편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두터운 방공망을 좀처럼 뚫지 못하던 우크라이나군은 FPV 드론을 활용한 덕분에 러시아 본토 방어선을 뚫고 주요 목표물을 공격하면서 양국의 전쟁 양상에 큰 영향을 주는 무기 체계다. 우크라이나군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FPV 드론은 대당 단가가 400달러(약 58만원) 수준으로 여기에 폭약을 싣고 AI 기술을 접목해 수억 원에 달하는 고성능 유도 미사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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