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용산이 늘 서울의 중심지였던 것은 아니다. 실제 근현대사 속 용산은 무허가 주택과 판잣집촌, 미군 주둔 기지, 단절된 철도망 등으로 인해 그저 ‘지나는 길목’에 불과했던 낙후된 도시 공간이었다.
이 같은 용산의 변화를 가능케 한 주체로는 ‘해안건축’을 빼놓을 수 없다. 1990년 설립된 해안건축은 용산의 도시 변화를 주도하며, 용산을 다시 서울의 중심 무대로 이끌어 올렸다.
▣ 해안건축, 오늘날 용산을 빚어낸 크리에이터
용산 변화의 물꼬를 튼 대표 사례로는 '용산 민자역사 개발'이 꼽힌다. 해안건축은 이 프로젝트의 설계를 맡아, 낙후된 용산역 일대를 교통·상업·문화가 융합된 복합 플랫폼으로 재구성했다. 단순한 철도역이 아닌, 도시의 움직임을 재설계한 ‘메타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이를 시작으로 해안건축은 용산 개발의 주축으로 함께 성장해 왔다. 특히 영국의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협력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사옥 프로젝트를 통해 용산의 도시 경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정의했다. 정방형 구조물로 절제된 외관은 기업의 정체성과 도시와의 열린 소통을 구현한 상징적 건축물로 도시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거 실적으로는, IMF의 어려운 시기에 설계한 한강대교 전면의 트럼프월드Ⅲ와 한남동 현대하이페리온Ⅰ은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 용산 한강변 고급 주거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해안건축은 용산의 주거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대표적으로 렉스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통해 선보인 ‘래미안 첼리투스’는 한강변 입지를 살려 크리스탈을 모티브로 설계, 프리즘처럼 빛나는 외관으로 서울시 최초 56층을 구현한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완성하며 용산을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주거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한강 조망가치를 극대화한 설계로 한강변의 주요 경관을 만들며 성공적인 성과를 창출하였다.
또한 용산역 전면 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탄생한 ‘래미안 용산 더 센트럴’은 도심형 고급 주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공동주택·오피스텔·업무·판매시설이 하나의 복합단지로 구성된 이곳은, 각 기능의 특성을 수직적으로 배치하면서도 통합된 디자인을 실현해 도심과 어우러지는 날렵하고 세련된 실루엣을 구현했다.
▣ 해안건축이 그리는 용산의 미래는 현재 진행형
해안건축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용산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평가되는 용산 도시재생사업,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용산 특별계획구역 7·8 등의 굵직한 프로젝트 모두 해안건축이 공모를 통해 설계사로 선정되며, 도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개발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단순한 재개발이 아닌, 용산의 미래 도시 비전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대표적으로 용산 도시재생사업은 용산 전자상가 인근 공영주차장 부지 등을 활용해 공공청사, 공공주택, 신산업앵커시설 등 산업·상업·주거·행정 기능이 융합된 복합시설을 개발한다. 해안건축은 토문건축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넥서스 용산(Nexus Yongsan)’을 선보여 공모에 당선됐으며, 지역 일대 활성화가 가능한 통합공간 구현을 위해 세 가지 주요 콘셉트(▲도시의 여백과 연결 ▲시설 간 시너지 ▲공유와 상생의 플랫폼)를 계획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총 1,470가구의 대규모 주거시설과 상업 및 업무시설로 구성되는 복합단지를 짓는 사업으로, 앞서 해안건축이 선보인 래미안 용산 더 센트럴과 함께 용산역 주변에 펼쳐진 도심형 고급 주거단지의 정점이 될 것으로 기대감이 높다.
이 밖에도 용산 특별계획구역 7·8은 용산을 문화·상업·교통 중심지에서 국제업무 비즈니스 거점지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만들 것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업으로, 용산 민자역사 개발에 이은 또 하나의 도시 명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해안건축이 만든 용산의 변화는 단지 과거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도시의 맥락을 읽고, 미래를 설계하는 이들의 여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도시와 삶의 경계를 설계해 온 해안건축이 그려갈 새로운 용산의 모습에, 건축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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