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결정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와 각 단체에 적극적인 추계위 참여를 당부한 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공문 발송 범위와 내용 등을 문제삼으며 기싸움을 벌였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교수)은 2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가 어떤 기준으로 의사수급추계위원회 위원 추천 관련 공문을 보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문 발송(단체)의 기준과 위원 추천 수를 명확히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지난 17일 공포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은 중장기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와 심의를 위해 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를 설치하도록 했다. 추계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되며, 의협과 병협 등 공급자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과반을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외에 노동자단체, 소비자·환자 관련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전문가와 보건의료 관련 학회, 연구기관 등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한다.
의협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8일 의협 외에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등 산하단체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임의단체에도 추계위원 추천 요청 공문을 보냈다. 법정단체인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병협)를 제외한 나머지 단체들에 왜 공문을 보냈는지, 몇 명을 추천해 달라는 것인지 일체의 설명이 없었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김 대변인은 "기준 인원을 넘게 추천하면 무슨 기준으로 위원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며 "자격을 갖춰 추천된 위원을 복지부에서 자의적으로 선택한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왔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법에 따라 각 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을 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는 것이지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작년부터 촉발되어 지속되는 의료사태의 원인은 불투명한 의사결정이 가장 컸다. 어렵게 출범하게 된 수급추계위원회 구성부터 이런 식으로 깜깜이를 반복하는 것은 1년이 넘는 오랜 고통을 감내하는 국민들과 의료진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이날 "추계위 위원 7명 추전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간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의대 정원을 최종 결정하는 걸 두고 추계위의 독립성을 문제 삼았던 기조와는 달라진 것이다.
한편 의협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의사가 엑스레이(X-ray) 등 방사선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이러한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최근 대법원 판례 등은 한의사가 환자에게 해를 가할 위험성이 현저히 적은 진단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하고 있으나 이것을 한의사가 한의학적 관점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왜곡"이라며 "면허 영역 침탈을 조장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기본 역할을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결과를 가지고 한의사들이 마치 방사선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허가한 것으로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을 국회의원 신분으로 잘못에 대한 질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왜곡된 해석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심지어 법률 개정안을 내는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항의 방문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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