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 자택에서 발견된 돈뭉치의 출처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표기된 밀봉된 5만 원권 현금 묶음이 특정 개인에게 제공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 초기 대통령실·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일부가 전 씨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24일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는 “관봉권 형태의 돈뭉치는 보통 금융기관에서 개인에게 제공하는 사례가 극히 드문 만큼 대통령실이나 국가정보원 등 특활비 일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실제 특활비가 윗선 지시에 따라 개인인 전 씨에게 전달됐다면 이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들도 이날 해당 현금 묶음이 자신들의 은행에서 나간 것은 아닌지 긴급 점검했으나 특이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은 이른바 ‘배용준 코인’으로 알려진 퀸비코인의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코인이 전 씨에게 전해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지난해 12월 전 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1억 6500만 원에 달하는 3300장의 5만 원권 묶음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5000만 원은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포장된 신권 뭉치였다. 비닐에는 기기 번호와 담당자, 책임자, 일련번호와 함께 발행 날짜로 2022년 5월 13일이 표기돼 있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사흘 뒤다.
검찰이 해당 자금 출처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5000만 원권 돈뭉치가 시중에서 볼 수 없는 ‘관봉권’ 형태이기 때문이다. 통상 조폐공사에서 새 돈을 찍어 한국은행을 거쳐 금융기관에 전달될 때는 5억 원 단위로 묶는다. 이 경우 이상 없음을 보증하는 의미로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는데, 이를 관봉권이라고 한다. 5억 원 묶음 내에 5000만 원 단위로 따로 밀봉하기는 하지만 통상 개인에게는 지급되기 쉽지 않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의 공통된 지적이다. 5000만 원 신권이 개인에게 지급될 경우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도 이상 자금 흐름으로 포착될 수 있어 금융기관은 물론 개인들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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