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경선에 나선 국민의힘 후보들이 24일 1대1 ‘맞수 토론’에서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탄핵 찬성파(탄찬파)’인 안철수·한동훈 대선 예비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일관되게 반대해온 김문수 예비후보에게 “12·3 계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며 거세게 몰아붙였고 김 후보는 “탄핵의 책임은 한 후보에게 있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결선 진출자를 가를 2차 경선이 본격화됐음에도 정치권의 시선은 ‘경기장 밖’에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쏠리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서울 종로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2차 경선 맞수 토론회 인사말에서 “우리가 오늘 이렇게 다시 만나는 것도, 대선을 다시 해야 하는 것도 모든 뿌리, 책임과 시작이 한 후보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6·3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 윤석열 정부 탄핵의 1차 책임자로 한 후보를 지목한 것이다. 이에 한 후보는 “나는 민주주의자이고 공화주의자”라며 “아버지가 불법계엄해도 막았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자신을 상대로 ‘배신자론’을 거듭 부각하자 “12월 3일 10시 30분, 제 자리에 있었다면 계엄을 막았을 것이냐, 아니면 대통령의 편을 들었을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저는 민주주의자이자 공화주의자,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후폭풍을 감수하고 계엄을 막았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문제 등 대통령이 잘못 나가는 길을 걸었을 때 남들이 가만히 있어도, 아부·아첨하지 않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배신자라고 부르냐”고 따져물었다.
한 후보는 이어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의하느냐’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며 김 후보의 극우 이미지를 공격했다. 이에 김 후보는 “전 목사가 대선에 출마하는지, 안 하는지 만나본 적도 없고, 소통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진 안 후보와 김 후보 간 토론회에서도 계엄·탄핵을 둘러싼 공방전이 이어졌다. 안 후보는 김 후보에게 “윤석열 정부에서 탄핵을 당하신 분들이 보수 전체의 뼈아픈 역사 아니겠느냐”면서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과거의 실책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당 의원들이 자기 당 소속의 대통령을 또 탄핵했다”면서 “국민의힘 소속인 안 후보가 대통령을 탄핵했어야겠느냐”며 되레 사과를 요구했다. 김 후보는 또 "윤 전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이재명이라는 천하의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사람이 날뛰고 온 전국을 휘젓고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후보는 외부 주자와의 이른바 ‘반명 빅텐트’를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안 후보는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묻는 질문에 “반대한다”며 “한 권한대행은 미국 관세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는 "한덕수든 김덕수든 누가 나와도 반드시 단일화 해야 한다. 뭉치면 살고 나눠지면 망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가 4강으로 접어들며 후보 간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관심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한 권한대행에게로 향했다. 특히 ‘한덕수 출마 불가론’을 주장해온 한 후보와 홍준표 예비후보의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돼 향후 경선판을 뒤흔들 핵심 변수로 급부상했다.
홍 후보는 이날 여의도 대선 사무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고 반이재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권한대행 중심의 보수 빅텐트론에 부정적이었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단일화 협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홍 후보는 “국민 대통합을 위해 갈등을 녹여낼 용광로가 돼서 모든 정치 세력을 끌어안고 가고자 한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에 맞서 이준석 개혁신당 예비후보, 민주당 비명계(비이재명계)와도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과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고 꽃 피우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한 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도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의지가 명확한 가운데 안 후보는 “한 권한대행의 출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출마와 다르지 않고 결코 이재명을 막을 수 없다”고 불출마를 재차 종용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대선 주자로서 한 권한대행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이 이날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권한대행은 이 후보와의 양자 대결 결과 이재명 47%, 한덕수 30%로 가장 작은 격차(1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재명 대 김문수(49%대27%), 이재명 대 한동훈(47%대24%), 이재명 대 안철수(45%대21%)보다 나은 경쟁력을 보였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세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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