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데도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역성장했다. 한국은행은 24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직전 분기 대비)이 -0.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사상 처음으로 분기 성장률이 4분기 연속 0.1% 이하에 그친 것이다.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국내 정치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간소비(-0.1%), 건설투자(-3.2%), 설비투자(-2.1%), 수출(-1.1%) 등 경제의 핵심 축이 모두 부진했다. 한은은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온 상황”이라며 1.5%인 기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유예한 상호관세까지 부과하면 우리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 급감 등으로 1% 성장률 달성도 어려워지면서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0%로 1.0%포인트 낮췄다. IMF가 분류한 선진국 중에서 낙폭이 가장 크다. IMF는 미국의 관세 부과 외에 국내 정치 혼란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 정치권은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노동·교육 등 구조 개혁은 뒷전이었다. 이제는 극한 정쟁으로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양대 정당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려면 정치를 복원하고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총력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수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통상 대응과 신성장 동력 육성, 취약계층 핀셋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대선 후보들은 말로만 ‘성장 우선’을 외치지 말고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가업 상속세 인하 등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에 적극 임하되 최종 타결 때까지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유지되도록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저성장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규제 혁파와 구조 개혁, 초격차 기술 개발 등을 통한 신산업 육성이 근본 해법이다. 그래야 관세 등 외풍에도 경제가 흔들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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