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은 뇌의 지휘 아래 신경세포들이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조화로운 시스템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고 고질적인 질병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바로 '파킨슨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19년 12만5607명에서 2023년 14만2013명으로 5년새 약 13% 늘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50%가량 증가했다. 더욱이 파킨슨병 환자는 경제활동인구(40∼50대) 비율이 치매 대비 9배나 돼 가계는 물론 국가 경제에 큰 손실로 이어진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의 낙상사고 위험은 일반인의 22배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파킨슨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최종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치료가 늦어지는 실정이다.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증상은 앞으로 구부정하게 숙인 자세, 뻣뻣한 근육, 가면 같은 표정, 손 떨림, 종종걸음 등이다. 이 중에서도 보폭이 좁아지면서 종종걸음을 걷고 갑자기 발이 땅에 붙어 움직여지지 않는 동결 보행은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으로 꼽힌다.
파킨슨병을 의심하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떨림이다. TV를 보거나 자리에 누웠을 때처럼 안정된 상태에서 한쪽 손발을 무의식적으로 떤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대칭적으로 떠는 것이 특징이다. 식사할 때 숟가락을 들거나, 글씨를 쓰려고 연필을 쥐는 등 손에 물건을 잡고 있으면 떨림 증상이 사라진다. 행동도 느리고 둔해져 세밀한 동작을 수행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단추를 채우거나 요리 재료를 손질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식이다. 표정이 점차 없어져 화난 것처럼 보이고 말소리도 작아진다.
걸음걸이도 변한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면서 두 다리를 벌리는 보폭이 좁아져 종종거리며 걷기 때문이다. 걸을 때 발이 얼어붙은 것처럼 머뭇거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섬세한 동작 연결이 어려워 첫발을 떼기 어렵고, 걷는 도중 방향을 바꾸려면 일단 멈췄다가 다시 걷는다. 잠꼬대가 심한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잠을 자면서 무의식적으로 큰 소리로 중얼거리거나 과격하게 팔을 휘젓고 발을 걷어차는 행동을 한다. 렘수면행동장애(RBD)인데 꿈을 꾸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팔다리 근육이 마비돼 움직일 수 없다.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하려면 약물 치료와 함께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근육의 유연성과 균형 감각을 향상하며, 뇌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걷기·태극권·요가·필라테스와 같은 운동은 근육이 경직되고 구부정한 자세를 교정하는 역할을 한다. 꾸준한 운동 재활은 질병 진행을 둔화시켜 신경 퇴행을 예방할 수 있다. 또 한 쪽으로 몸이 기우는 증상을 통제하고, 관절 가동 범위도 늘려줘 일상생활 동작 수행 능력이 수월해진다. 처음엔 손가락·발가락 등 작은 근육부터 큰 근육으로 운동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 있는 자세가 불안정하다면 낙상 방지를 위해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운동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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