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다음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는 이르면 다음 달 6일 시작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도 “콘클라베는 5월 6일 이전에 시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그보다 며칠 더 늦게 시작될 수도 있다”면서 “추기경들이 사전 회의를 통해 서로를 평가하고 이념적 분열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의 상황을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교황이 선종한 뒤 15~20일 이내에 콘클라베를 시작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대다수 외신은 콘클라베가 다음 달 6일에서 11일 사이에 막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 세상을 떠났다.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다’는 뜻에서 유래된 콘클라베는 13세기부터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독특한 교황 선거 방식이다. 교황 선종 전날 기준 만 80세 미만 추기경들이 한 곳에 모여 따로 후보를 정하지 않은 채 각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적어내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거듭한다. 투표는 오전 2회, 오후 2회 하루 총 4회 진행한다. 현재 252명의 추기경 가운데 선거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은 135명이다.
콘클라베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린다. 추기경들은 교황청 내 방문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격리된 상태에서 투표할 때 버스를 이용해 시스티나 성당으로 향한다. 투표 기간 외부와의 소통은 차단된다. 교황이 선출되면 성당 굴뚝으로 흰 연기를 피워 세상에 처음 공개한다. 새 교황이 자신의 본명을 버리고 교황 이름을 고른 뒤 공표하면 콘클라베 절차가 마무리된다. 20세기 들어 콘클라베 투표 기간은 평균 사흘에 그쳤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콘클라베가 열린 지 이틀 만에 선출됐다. 하지만 추기경단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콘클라베는 더 길어질 수 있다.
콘클라베 절차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추기경단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튿날인 22일 첫 일반 회의를 열어 콘클라베까지 일정과 실무 계획, 우선순위, 주목할 인물 등을 논의했다. 투표권이 있는 추기경 대부분이 로마에 집결하는 28일에는 다섯 번째 일반 회의가 개최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아프리카·아시아·남미 등 이른바 ‘주변부’ 국가들에서 추기경을 대거 임명해 추기경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반 회의에서 거듭되는 짧은 연설과 비공식적 대화를 통해 추기경들은 서로를 탐색하고 어젠다와 인물의 카리스마 등을 가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다음 1주일 동안 진영이 더 선명해지고 유력한 후보가 부상하거나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보적 성향을 보인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평가가 이번 콘클라베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포용적인 교리 해석과 개혁 정책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한편에서는 보수파 성직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기도 했다. 선거에 참여하는 135명의 추기경 가운데 110명 안팎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만큼 그의 유지를 계승·발전시킬 인물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그간 불만이 누적돼온 보수파 추기경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회의 개혁과 변화를 계속 이끌어갈 교황 후보로는 필리핀의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프랑스의 장마르크 아블린 추기경, 이탈리아의 마테오 마리아 주피 추기경, 가나의 피터 코드워 아피아 턱슨 추기경 등이 꼽힌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우리나라의 유흥식 추기경도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안정을 중시하는 중도·보수파 후보로는 페테르 에르되(헝가리) 추기경,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 조지프 토빈(미국) 추기경 등이 물망에 오른다.
대륙별 추기경 구성도 콘클라베에 영향을 끼칠 변수다.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중 대륙별로 유럽 53명, 북미권 20명, 아시아권 23명, 아프리카 18명, 남미 17명, 오세아니아 4명이다. 유 추기경을 포함해 역대 최초의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탄생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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