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Lotus)는 지난 시간 동안 ‘경량화의 의지’를 선명히 드러내며 수 많은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어 왔으며 ‘모터스포츠’ 부분에서도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며 긴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로터스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적극적인 ‘전동화 전환’을 예고하며 모든 라인업에 ‘전기차’를 전진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퓨어 스포츠카’의 감성을 제시하는 에미라를 운영하며 브랜드 ‘헤리티지’에 마지막 유희를 전하고 있다.
자칫 아쉬움의 탄성이 나올 것 같은 주인공, 에미라 2.0T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퓨어 스포츠카’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에미라
국내 시장에 출시된 에미라는 과거의 로터스 차량에 적극 배치되었던 토요타의 V6 3.5L 슈퍼차저 사양과 메르세데스-AMG에서 공급하는 2.0L 엔진 사양이 마련됐다. 기본적으로 두 차량의 외형은 동일하며 ‘주행에 집중한 퓨어 스포츠카’의 감성을 선명히 드러낸다.
에미라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차량의 컨셉’에 집중한 모습이다. 로터스 최신의 전기차들이 가진 디자인과 달리 ‘전통적인 퓨어 스포츠카’의 방향성을 선명히 드러낸다. 낮게 그려진 차체, 공기역학을 고려한 곡선 등은 산길 주행은 물론 ‘서킷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이러한 기조로 인한 것인지 에미라는 로터스 최신의 전기차보다는 과거 ‘경량화의 매력’으로 이목을 끌었던 엘리스, 엑시지 등과 유사함을 ‘최신의 감성’으로 피워낸 모습이다. 이어 측면에서는 미드십 레이아웃의 구조, 큼직한 휠과 브레이크 캘리퍼 등이 돋보인다.
이어지는 후면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로터스의 감성이 느껴지는 곡선의 연출 및 공기역학 등을 고려한 디테일은 물론이고 듀얼 타입의 머플러 팁이 차체 중앙 부분에 자리 잡아 ‘내연기관의 미학’을 드러낸다. 여기에 엔진 케이스를 드러낸 디테일 역시 인상적이다.
드라이빙에 집중한 공간
에미라의 실내 공간 역시 ‘퓨어 스포츠카의 매력’이 드러난다.
컴팩트한 공간에 직선적인 대시보드, 그리고 최신 감성이 담긴 디스플레이 패널의 배치, 스티어링 휠은 물론이고 스포티한 감성을 드러내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연출, 그리고 각종 디테일 요소들은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린다.
그러면서도 기능의 매력을 품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KEF 사운드 시스템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덕분에 에미라는 ‘과거의 로터스’의 불편함을 단번에 지워낸다.
로터스의 스포츠카로 개발된 만큼 에미라는 ‘드라이빙 포지션’ 구현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페달 부분의 공간이 협소한 편이지만 고급스러운 시트가 우수한 착좌감을 자아내며 운전자 ‘시야’ 역시 충분히 확보됐다.
물론 체격이 큰 운전자의 경우 다소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빼어날 뿐 아니라 시트의 조절 범위 및 스티어링 휠의 조절 범위가 여유로운 편이라 차량 운영에 있어 ‘보편적인 만족감’을 자아낸다.
이어 차량의 적재 공간은 ‘타협’이 필요하다. 차량의 성격 상 넉넉한 공간 구성에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 적재 공간은 다소 협소한 편이라 ‘공간 활용성’이 빈약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에미라’에게 넉넉한 공간을 기대하는 것 역시 욕심일 것 같다.
주행에 힘을 더하는 AMG의 심장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내 시장에 판매되는 에미라는 두 개의 심장을 품고 있다. 이번 시승에는 메르세데스-AMG가 공급하고 로터스가 조율한 2.0L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에미라 탑재된 M139 엔진은 최고 출력 364마력과 함께 43.9kg.m의 우수한 토크를 낼 수 있으며 메르세데스-AMG의 스피드시프트 8단 DCT 변속기, 후륜구동의 레이아웃과 조합된다. 이를 통해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 구조 및 주행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린다.
실제 에미라 2.0 T 사양은 정지 상태에서 4.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민첩성은 물론이고 최고 속도 역시 275km/h에 이르며 ‘스포츠카’의 타이틀을 거머쥔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9.5km/L로 상당히 우수하다.
가장 즐거운 주행을 보장하는 에미라
차체 하부에 큼직한 배터리를 배치하며 점점 지상고 높이고, 그만큼 전고도 높아지고 있는 현재,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듯한 낮은 전고와 컴팩트한 차체의 에미라는 말 그대로 반가움 그 자체였다.
여기에 보다 정교해진 디테일, 그리고 감성적인 부분 역시 새로운 매력을 더하며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덧붙여 붉게 물든 실내 공간은 ‘에미라의 주행 성능’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최근 다양한 차량들의 등장과 전동화 기술의 도입 등으로 인해 차량 성능의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64마력, 43.9kg.m의 토크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내연기관 특유의 감성과 함께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실제 발진 가속 성능은 물론이고 추월 가속 등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M139 엔진은 운전자를 미소 짓게 만들고, 비좁은 캐빈에는 강렬한 사운드가 가득 자리하며 즐거움을 더한다. V6가 아니라 아쉬울까 싶었지만 주행 내내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엔진과 합을 이루는 8단 DCT의 조합, 구성 역시 인상적이다. 기민하게 반응하고 조율하며 최적의 주행 상황을 보장한다. 시승 하는 내내 변속기에 대해 아쉬운 부분은 전혀 없고 ‘파워 유닛과 궁합이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수동 변속의 질감이나 반응성도 뛰어난 편이다. 다만 변속 과정에서 요구되는 시프트 레버의 조작 방식이 직관적이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러한 부분은 향후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었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물론이고 감각적인 부분도 빼어나지만 역시 차량의 움직임은 감탄을 자아낸다.
과거 ‘퓨어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을 자신했던 차량들은 빼어난 직관성, 그리고 민첩성을 바탕으로 민첩함을 과시했지만 반대로 조악한 승차감, 그리고 크고 작은 충격과 잡소리 등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로터스 역시 ‘일부’ 그런 경우였다.
그러나 에미라는 다르다. 퓨어 스포츠카가 갖춰야 할 민첩하지만 정확한 피드백을 보장하는 조향 감각은 물론이고 조향에 따른 기민한 선회력을 갖췄다. 여기에 탄탄하고 일체감 있는 차체가 더해지마 주행의 즐거움을 한껏 끌어 올린다.
허나 결코 불쾌하다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는다. 더욱 정교하게 조직된, 그리고 견고함과 탄성을 겸비한 차체의 반응성, 그리고 서스펜션 패키징의 능숙하 대응 등이 ‘잘 만들어진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물론 최신의 로터스, 즉 순수 전기 로터스 등과 비교한다면 더 긴장되고 탄탄한 탓에 데일리카로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허나 전기차의 홍수 속에서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퓨어 스포츠카’를 발견한 즐거움은 결코 무시할 수 없으리라 생각됐다.
그리고 에리마와의 주행을 마친 순간, ‘서킷에서의 경험’이 기다려졌다.
좋은점: 우수한 패키징, 완성도 높은 주행의 즐거움
아쉬운점: 차량 성향으로 인한 ‘승차감’
더 매력적인 존재, 로터스 에미라
솔직히 말해 시승을 앞두고 2.0L 터보 엔진에 대해 약간의 회의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승을 마친 후에는 터보 차저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토크 밴드, 그리고 엔진의 구성이나 형태를 지워내는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진 주행 등 ‘긍정적인 부분’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여전히 ‘낭만’을 지키는 브랜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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