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각국이 쏟아 부은 군비가 3900조 원에 이르며 사상 최대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2024 세계 군사 지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가 쏟아부은 군비는 2조 7180억 달러(약 3900조 원)에 달했다. 2023년보다 9.4% 증가한 수준며 1988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폭이다. 이 조사에서 세계 군비 지출은 10년 연속으로 상승 추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군비 지출을 늘렸는데 특히 유럽의 지출 증가 폭이 컸다. 지난해 유럽이 쓴 군비는 6930억 달러로 전년보다 17%나 늘어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이어지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이 커지면서 군사비에 크게 할애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별로는 러시아가 1490억 달러를 군비로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38% 늘어났으며 2015년보다는 두 배로 불어난 규모다. 우크라이나는 2.9% 증가한 647억 달러를 군비로 썼다. 우크라이나의 군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4%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럽 최대국 독일도 28% 증가한 885억 달러를 군사비에 지출했다.
미국의 경우 군사비에 9970억 달러를 써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미국이 쓴 군비는 전 세계 중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나토와 비교하면 66%에 달한다. 2위 중국 3140억 달러(추정)보다도 3.2배나 많다. 러시아(1490억 달러 추정), 독일, 인도(861억 달러) 등이 3~5위를 이었으며 한국은 11위(476억 달러)에 올랐다.
중동에서도 군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가자지구 전쟁의 여파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은 전년보다 65% 증가한 465억 달러를 써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다만 이란의 경우 군비가 10% 줄어든 79억 달러에 그쳤다. SIPRI는 “이란에 대한 제재가 지출 여력을 심각하게 제한했다”고 해석했다.
SIPRI의 샤오량 연구원은 “지난해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가 군비 지출을 늘렸고 정부는 다른 예산 분야를 줄이면서도 군사 안보를 우선시했다”며 “이는 수년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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