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7승을 몰아친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지배했다. 그런데 올해 셰플러는 스포트라이트 밖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우승으로 시즌 3승과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그늘에 가려진 것이다.
아직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셰플러는 고향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고 스포트라이트를 되찾으려 한다. 무대는 다음 달 1일(한국 시간)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개막하는 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이다. 총상금 990만 달러, 우승 상금은 178만 2000달러가 걸려 있다.
올 시즌 셰플러는 지난해 페이스에는 못 미치지만 준수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른쪽 손 부상 여파로 올 시즌을 한 달 가까이 늦게 시작한 그는 8개 대회에서 톱10 다섯 차례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최초로 100주 연속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키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다만 세계 2위 매킬로이가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셰플러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다질 계획이다. 매킬로이는 이번에는 출전하지 않지만 공교롭게도 2022년 더 CJ컵에서 우승하며 셰플러를 2위로 밀어내고 세계 1위에 오른 바 있다.
고향에서 열린다는 이점도 있다. 뉴저지주에서 태어났지만 텍사스에서 자랐고 텍사스대를 졸업한 셰플러는 지금도 텍사스에서 살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 처음 나선 PGA 투어 대회도 텍사스에서 열린 바이런 넬슨 대회였다. 당시 3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한 좋은 기억도 있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인 준우승도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에서 거둔 만큼 이번 대회 우승 기대가 크다.
이 대회 후원 기업인 CJ의 소속 선수들도 대거 출전한다. 임성재는 지난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는 컷 탈락했으나 마스터스 공동 5위, RBC 헤리티지 공동 11위 등 최근 PGA 투어에서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부진으로 9회 연속 마스터스 출전이 무산됐던 김시우는 최근 RBC 헤리티지(공동 8위)에서 시즌 첫 톱10에 들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공동 4위로 ‘팀 CJ’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안병훈은 올해 내친김에 스폰서 후원 대회에서 PGA 투어 첫 승의 문을 두드린다. KPGA 투어 통산 1승의 최승빈은 올해 처음, 2007년생 한국계 기대주 크리스 김(잉글랜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더 CJ컵에 출전한다. 크리스 김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최연소(16세 7개월) 컷 통과 기록을 세웠다. 다만 2021·2022년 이곳에서 열린 AT&T 바이런넬슨 대회를 제패해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던 이경훈은 허리 부상으로 올해 불참한다.
셰플러의 텍사스대 선배인 조던 스피스, 그리고 웨브 심프슨(이상 미국), 김주형 등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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