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회복에 참전해 중대한 공헌을 했다”며 파병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러시아는 이에 화답하듯 “필요할 경우 북한에 군사 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전날 노동신문 등 언론 매체에 보낸 서면 입장문을 통해 “북한 군부대가 ‘국가 수반의 명령에 따라’ 참전한 쿠르스크 해방 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고 했다. 파병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입장문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 수도에 곧 전투 위훈비가 건립될 것”이라며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 앞에는 영생 기원의 꽃송이들이 놓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러시아도 “북한이 필요할 경우 군사 원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을 통해 상호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약속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 병사들의 영웅적 행위를 높이 평가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지, 그리고 전체 지도부와 인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 1만 2000여 명을 러시아에 파병했으며 4000여 명의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올 1월에는 북한군 2명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기까지 했으나 북한은 파병 사실을 줄곧 함구해왔다.
파병의 대가는 러시아의 다양한 경제·군사적 지원이다. 북한은 러시아 기술이 적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폭 드론과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 신형 구축함 등을 올 들어 잇따라 과시하기도 했다. 이날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며 북러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번 중앙군사위의 입장문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배치와 (북한에 대한) 어떠한 대가성 지원도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북러 밀착을 중단하기 위한 북미 대화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27일(현지 시간) 주북한 스웨덴 대사가 지난주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정부 관계자 등과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주북한 스웨덴 대사관은 북한에 대사관을 두지 않은 서방국들을 지원해왔다. 악시오스는 또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부 관계자들이 북미 대화 재개에 대비, 북측 대화 상대자 등 시나리오를 외부 북한 전문가들과 구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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