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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중독된 예술시장…작품·상품 경계 허물어 자생력 키워야 [도약하는 K예술산업]

<하> 예술을 위한 경영

예술법인 재정자립도 18.3% 불과

1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국립단체 등 예산 쏟아도 성과 더뎌

정책금융·민간재원·전문경영인 합작

예술 제대로 포장할 '산업화' 시급

국립극단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공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국립국악원 창덕궁 연경당 공연·세종문화회관 세종라운지.




#. 2019~2020년 TV 방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면 프로야구단 ‘드림즈’를 운영하게 된 백승수 단장은 야구 경험이 전혀 없다. 비야구인 단장이지만 야구단을 최고 수준으로 키운다.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의 야구단도 경영과 야구는 분리돼 있다. 이것이 연간 1000만 관객 시대를 이끈 프로야구 산업의 힘이기도 하다.

#. 최근 국립국악원 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국악인들이 비국악인 공무원의 원장 선임 가능성에 집단 반발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원장 공석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라운지는 2023년 2월 일반 시민에 개방돼 최근 2주년을 맞았다. 세종라운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시민들이 편리하게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극장 관객은 세종라운지 개방 전인 2022년 대비 23% 증가했다.

대중문화 중심의 K컬처에 이어 K예술의 글로벌 확대와 산업화를 위해 예술 경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 예술이라는 ‘작품’을 제대로 된 포장을 통해 ‘상품’으로 만들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영 기법이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예술 경영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예술단체들의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3 전문예술법인·단체 백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전문예술법인·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18.3%에 불과했다. 2013년에는 재정자립도가 30.4%였는데 1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수입 현황을 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등 공공 지원금이 82.6%에 달했고 티켓 판매 등 자체 수입은 16.1%, 기부금이 1.3%였다.

예술에서 경영을 분리해야 하는 주요 이유다. 이는 스포츠와 대중문화 산업이 성공한 방식이기도 하다. 관광 분야에서는 전통 관광인 외에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면서 산업을 키우고 있다. 유독 순수예술 분야에서만 자신들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조직 운영을 고집하는 입장이 강하다.



특히 전반적인 경제 저성장 기조와 국가 재정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이러한 보조금 지원은 계속될 수 없고 예술계에도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으로 월급을 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창작과 경쟁력 확보는 요원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례로 국립극단을 들 수 있다. 국립극단이 이달 8일 15년 만에 서울 중구 국립극장으로 다시 이전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언급이 눈길을 끌었다. 유 장관은 “제가 처음 취임한 때(2008년) 국립극단 예산이 연간 25억 원이었는데 지금은 160억 원을 쓰는 국가의 대표로서 위상을 갖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나 관객들에게 이제 작품으로 보답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규모 국가 예산 지원에도 지난해 국립극단의 공연 매출 수입은 14억 4000만 원에 불과했다. 앞서 2022년에는 13억 6000만 원이었다. 서울예술단·국립오페라단 등 다른 국립 예술단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4월 8일 국립극단의 국립극장 이전 기념식에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최수문기자


이와 관련 3월 공개된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은 “예술 분야는 보조금 지원 위주의 사업들로 예술계의 정부 의존성이 심화되고 예술 단체 및 기관의 장기적 역량 강화에 한계가 있다”며 “정책 금융 기법, 민간의 재원 등을 활용해 예술 시장을 만들고 예술 현장의 자생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이 최대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 예술의 시장화와 예술 산업의 성장은 더욱 중요해졌다. 정부 보조금 ‘중독’에서 벗어나 융자·펀드 등 투자를 활성화하고 후원금을 확보할 책임이 전문 예술경영인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국내 대표적인 예술경영인으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있다. 그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비예술인 출신이다. 하지만 2012년 국립극장에 시즌 단원제를 처음 도입했고 세종문화회관을 제작 극장으로 만들었다. 안 사장은 “태생부터 (예술에) 문외한으로 성공과 실패를 하나하나 직접 느끼면서 극장을 이해하게 된 사람”이라며 “관객을 위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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