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강보험 보험료 수지 적자가 처음으로 11조 원을 넘어섰다. 28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료 수입은 83조 9520억 원, 보험 급여비는 95조 2529억 원으로 집계돼 건보 수지가 11조 3009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2조 4533억 원 적자였던 2015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건보 수지 ‘펑크’ 규모가 4.6배나 증가했다. 건보 적자는 2021~2023년 6조~7조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의료 파행에 따른 비상 진료 체계 비용 등이 반영되며 급증했다. 다만 지난해 전체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정부 지원금과 적립금 운용 수입 등에 힘입어 1조 7244억 원 흑자로 나타났다.
문제는 건보 재정 수지마저도 올해 적자 전환이 유력하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당초 2026년 적자, 누적 준비금은 2030년 고갈로 예상됐다. 하지만 의료 개혁 투자 및 비상 진료 체계 유지를 반영한 결과 적자 전환 시점이 올해로 1년 앞당겨지고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도 2028년으로 2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건보 재정 악화는 비상 진료 대책비 탓도 있지만 근본 원인으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급여비 등이 지목된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향후 건보 지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여 대상을 점점 넓혀 국민 건강권을 지켜주고 의료비를 줄여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제한된 재원을 고려하면 합리적 수준에서 의료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과잉 의료 쇼핑 방지를 위한 제도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 과다 의료 이용자에 대한 본인 부담률을 대폭 인상하는 등 건보 지출 누수를 막는 대대적인 구조 조정에 나서야 한다. 건강보험료율(현재 7.09%)을 단계적으로 올려 재정 방파제를 쌓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8%인 보험료율 법정 상한 인상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6·3 대선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는 필수 의료 서비스의 보장성을 높이되 불요불급한 지출은 줄일 수 있도록 제도 전반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러잖으면 건보 재정 건전성은 무너지고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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