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영상 유포자를 알려주겠다’며 또래 여학생들에게 접근해 성착취물을 만든 10대 남성, 이른바 ‘판도라’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텔레그램에서 닉네임 판도라를 사용한 A(17)군을 구속해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그는 10대 초반 여성 피해자 19명을 상대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34건)을 만들고 불법 촬영물(81건)과 허위 영상(1832건)을 소지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공범 B(16)양을 포함한 3명도 검거했다. 이들 역시 판도라에게 성착취물 피해를 봤다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판도라 일당은 지난해 7월부터 검거 직전까지 10대 초반 여학생들에게 SNS로 ‘텔레그램에서 떠도는 당신의 딥페이크 영상 유포자를 알려주겠다’며 접근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꾀어내 신체 사진이나 돈을 보내면 딥페이크가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속였다.
전송받은 사진은 성착취물로 제작돼 또다시 범행에 활용됐다. 피해자들에게 다른 사람을 물색하거나 유인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검거된 텔레그램 ‘자경단’의 총책인 일명 ‘목사’ 김녹완(33)과도 유사한 수법이다. 그러나 둘 사이 관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자경단 수사 이후 구축한 텔레그램과의 핫라인 등을 통해 2개월 만에 판도라 일당을 검거했다. 서울청은 이 밖에도 작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가수사본부 단속과 병행해 판도라와 목사 등 사이버 성폭력 사범 224명을 검거했다. 이들 중 오피스텔에서 여성 53명을 상대로 성관계 장면 등을 총 1584회 불법 촬영한 C(33)씨와 D(28)씨는 구속됐다. 불법 촬영물을 게시·판매해 얻은 범죄 수익금 1300만원도 추징·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성폭력 사범들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피해 발생 시 망설이지 말고 바로 기관 등을 방문해 피해 사실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brassgu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