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대선 출마 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다음 달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는지에 따라 한 권한대행의 대선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현행 헌법 규정과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한 이 개정안에는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권을 제한하고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 이유로 “헌법에 없는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시키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5월 1일 사퇴가 유력한 한 권한대행은 그간의 업무를 마무리 지으려는 듯 부처 장관들에게 당부의 말과 함께 국가 위기 극복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미래를 지향하는 정치와 현재를 책임지는 행정이 힘을 모아나간다면 작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은 다시 위로 앞으로 도약하며 세계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 통상 협상과 관련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중심으로 모든 부처가 원팀이 돼 국익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달라”며 “국회와 정치권의 협력도 절대 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총 42번의 거부권, 29번의 탄핵소추로 대변되는 국회와 행정부 간 거듭된 반목을 끝내고 통합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진출하는 2명이 압축됨에 따라 한 권한대행 측도 대선 로드맵을 구체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문수·한동훈 예비후보 모두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추진에 열린 의사를 내비치고 있으나 최종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단일화 속도 및 방식에 차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인 김 예비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노무현·정몽준’ 모델을 거론하고 있다. 반면 한 예비후보는 ‘반(反)이재명 빅텐트’ 구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상황이다.
실제 홍준표 예비후보는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전 “한 권한대행 하고 (최종 경선에 진출한) 두 사람 하고 ‘원샷 국민 경선’으로 끝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예비후보는 “여러 방법이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여지를 뒀다. 반면 한 예비후보는 ‘3자 원샷 경선’ 제안에 대해 “(당내 대선 예비후보가) 11명에서 2명이 된 상황에서 끼어드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빅텐트가 꾸려지더라도 국민의힘 후보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추진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후보끼리 경쟁해서 한 분이 (최종) 결정되면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단일화 경선을 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단일화) 과정을 통해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고 더 큰 집을 지으면 선거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한 권한대행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인 대화가 진전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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