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승리해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과 주권 침해 발언이 캐나다인의 반미 정서를 자극해 자유당의 재집권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언론은 28일(현지 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자유당이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해 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29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기준 집권 자유당은 하원 전체 343개 의석 중 168개 지역구에서 당선 또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과반 의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172석이 필요하다.
카니 총리는 이날 총선 승리 선언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의 배신이라는 충격을 극복했지만 그 교훈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과 캐나다의 옛 관계(old relationship)는 끝났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소유하기 위해 우리를 깨부수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캐나다에서는 보수당의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대표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였다. 고물가와 주택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심화하면서 보수당은 1년 넘게 집권 자유당을 지지율에서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상황을 뒤집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발언을 일삼고 고율 관세까지 매기려 들자 캐나다의 내부 결속이 강화됐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사임한 뒤 경제 전문가인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자유당의 지지율은 극적으로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당일에도 소셜미디어에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된다면 관세나 세금 없이 모든 산업을 4배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캐나다의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그리고 그가 동맹국과 무역 파트너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일종의 반대 투표로도 해석된다”고 짚었다.
집권 연장에 성공한 카니 총리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위협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고물가와 주택 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 산적한 국내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떠안게 됐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야당의 견제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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