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던 용이 발톱을 보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허페이가 외신 기자들에게 전기차·배터리·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 기업들을 대거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내자 이렇게 평가했다. 안후이성의 성도지만 창장삼각주(상하이시와 쑤저우·저장·안후이성) 지역 중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던 허페이시가 최근 중국에서 최고 수준의 경제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그간 중국의 기술 발전을 이끌었던 선전과 항저우에 이어 허페이가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23일 안후이성 허페이시에서 만난 쑨융 안후이성 부성장은 “중국에서 경제 규모가 중위권이고 1인당 소득도 낮았던 안후이성이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의 융합 발전을 지속해 많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8%로 전국에서 세 번째 성적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안후이성은 최근 발표된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에서도 시짱자치구(티베트) 7.9%, 후베이성 6.3%에 이어 간쑤성과 함께 6.2%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돼 성장률이 높은 티베트와 간쑤성을 제외하면 현재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 ‘5% 안팎’으로 제시한 올해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도 크게 웃돌고 있다.
그간 안후이성은 중국 동부 연안 지역의 빠른 성장에 비해서는 다소 뒤처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전기차·반도체·디스플레이·AI·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비결로는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꼽힌다. 안후이성의 R&D 예산 증가율은 2020년 17.1%에서 2022년 14.6%, 2023년 9.7% 등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의 KAIST에 해당하는 중국과학기술대(科大)는 대표적인 인재 배출의 요람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창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산학 교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자 이들 기업에 지원하기 위한 젊은 인재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특히 허페이시는 최근 10년간 중국 내에서도 인구 증가율이 가장 빠른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중국 최대 메모리 회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세계 최대 업체로 성장한 BOE, 음성인식 AI 중국 1위 업체인 아이플라이텍 등이 허페이시와 안후이성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탄탄한 공급망을 갖추고 업종 간 산업 연계를 통해 중국의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도 최근 안후이성 푸양시에 100억 위안(약 2조 원)을 투자해 신에너지차 100만 대에 공급 가능한 부품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안후이성은 휴머노이드 로봇, 항공우주산업 등에서도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류웨이바오 중국공산당 허페이시 상임위원회 위원은 “허페이는 그동안 조용히 내실을 다져왔다”며 “향후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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