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메이딘 출신 A씨 측이 소속사 대표 B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A씨의 어머니는 B씨의 성추행 인정 사실이 담긴 각서를 이 자리에서 공개했다. 소속사 측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 많다면서도 구체적인 반박은 피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메이딘 출신 A멤버 측이 제기한 이용학 143엔터테인먼트(이하 143엔터) 대표의 강제추행 의혹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피해자 모친은" 초반에는 가벼운 신체접촉이었지만,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심해졌다. 아이가 B씨에게 '이제 내 몸을 그만 터치하라'고 하자 업무상 불이익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라고 눈물을 쏟았다.
모친은 "제가 죄인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번의 구조 신호에도 저는 듣지 않았고, 눈과 귀를 닫은 순간 제 아이는 상상도 못 할 일을 겪어야 했다"라고 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그룹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신고도 하지 않고 B씨에게 각서를 하나 받아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공개된 B씨의 각서에는 "본인 B씨는 멤버 A씨에 대한 성추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향후 143엔터와 관련한 계약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대표이사를 떠나 본인이 불이익이 없도록 책임을 질 것이며 계약의 연장 및 기타 계약 관계의 있어 A씨에게 우선적인 선택권을 부여하겠다. 2024-10-25"라는 글귀와 함께 이용학 대표의 이름과 서명이 적혔다.
모친은 "하지만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던 B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아이는 결국 무너졌다"라며 그때 JTBC '사건반장'에서 피해자의 녹취가 동의 없이 방송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친은 "아이돌 활동도 B씨의 사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합의 뿐이었다.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어서 대표에게 합의금을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B씨는 죄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합의금을 거절했다. 그 후 아이의 그룹 탈퇴와 전속계약은 유효하다는 기사가 나왔다"라고 주장했다.
모친은 "저는 우리 딸에게 영원히 죄인이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미련하게 대응해서 아이를 더 깊은 어둠에 몰아넣었다. 이제는 진짜 아이를 지키고 싶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이다. 아이가 지고 있는 짐을 덜어주고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이런 사람은 업계에서 반드시 퇴출당해야 하고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석한 A멤버의 법률대리인인 문효정 변호사는 이달 143엔터 소재지 관할인 강남경찰서에 이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담당 수사관도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조만간 피의자의 경찰 출석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JTBC '사건반장'은 B씨가 걸그룹 멤버 A씨를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공개된 녹취록에서 A씨는 "'나 이번 활동까지만 끝내게 해달라. 그게 제 소원이다'라고 말했는데 '너 소원 들어주면 내 소원도 들어줄 거야?'라며 '그러면 내 소원은 일일 여자친구 해주는 거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뽀뽀해도 돼?'라고 강제로 하시고, 입 꾹 다물고 있었는데 혀로 집어넣으려고 하시고, 뽀뽀도 목에도, 귀에도 계속 핥으시고"라며 "내가 여기(중요 부위)는 지키고 싶어서 이렇게 하고 있는데 '이거 치워 봐' 이런 식으로 계속 (했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종료된 후 143엔터는 입장문을 통해 "매니지먼트 회사의 대표가 이러한 논란에 휩싸인 점 송구하다"면서도 "현재 해당 멤버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으나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과정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멤버 측은 이미 작년에 보도되었던 사건과 관련해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거액의 위로금을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하자 사건 발생 6개월가량 지난 상황에서 형사 고소를 한 점 역시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기로 반드시 진실이 규명되길 바라며 법적 판단에 따른 책임 또한 다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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